증권 증권일반

‘제2 라임’ 옵티머스 사태… "거물급 자문단에 의심 못 가졌을 것"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3 18:15

수정 2020.06.23 18:15

이헌재·채동욱 등 인사들 고문 맡아
공기업 대출채권 투자한다고 홍보
부실채권 돌려막다 환매중단 사태
펀드운용 비호세력 여부 의혹 확산
‘제2 라임’ 옵티머스 사태… "거물급 자문단에 의심 못 가졌을 것"
'사기' 부실채권을 돌려막다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거물급 자문단을 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대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장외기업의 부실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이 드러난 가운데 뒤를 봐주는 비호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펀드 판매사들은 운용사가 임의로 펀드 자산을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좌 가압류를 신청하고, 운용사 관계자들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거물급 고문 덕에 승승장구(?)

23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헌재 전 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최근까지 옵티머스운용의 고문 역할을 맡았다. 옵티머스운용의 최대주주(14.8%·3월말 기준)인 양호 전 나라은행장을 비롯해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도 이른바 '자문단'으로 활동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까지 옵티머스운용에서 자문단 활동을 했다"며 "올해부터는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양호 전 행장과의 친분으로 합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전 총장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서평은 옵티머스운용과 자문계약을 맺고 최근까지 관계를 이어왔다. 다만, 펀드 운용과 관련해선 이해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서평 관계자는 "자문계약을 맺었던 것은 맞지만 이미 합의 해지했다"며 "옵티머스 측의 펀드 돌려막기 등과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옵티머스운용의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자문단이 사실상 정기적으로 만났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회사 홈페이지에도 (자문 명단이) 기재됐다"며 "명망 있는 원로들을 고문으로 기용했던 만큼 주요 판매사들도 의심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 사태' 데자뷔

옵티머스운용은 지난 17일 만기를 하루 앞두고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5호, 26호'의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환매 연기금액은 NH투자증권(217억원)과 한국투자증권(167억원)을 합쳐 약 390억원이다.

만기가 남은 후속 펀드들도 상품 구조가 유사해 환매 중단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펀드는 환금성이 낮은 폐쇄형 채권 펀드로 설계돼 당초 약속된 공공기관 매출채권 대신 대부업체나 부동산 시행·건설사 등 비상장사 발행 사채를 주로 담아 부실 위험이 크다. 옵티머스운용의 준법감시인은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 중"이라며 "원금과 이자상환이 잘 됐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라임 사태와 유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사채로 확보된 자금이 대여금 형식으로 또 다른 회사에 유입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펀드에 사채를 발행한 A대부업체는 B개발사에 자금을 대여했는데 두 회사의 대표가 같다. 이 펀드에 사채를 발행한 C건설사도 자본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빚을 사채 등으로 조달하고 특수관계인에게 거액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은 전날 옵티머스운용 임직원 등에 대해 검찰에 사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관련 자산 회수를 위해 펀드가 자산으로 편입한 채권을 발행한 회사들에 대한 계좌 자산 가압류도 신청했다. 판매사들은 만기가 연장된 25·26호 펀드의 자산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류 위변조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상품솔루션본부와 사내 변호사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사모펀드 육성 취지 퇴색

옵티머스운용의 전신은 지난 2009년 설립된 에스크베리타스(AV)자산운용이다. 대체투자 및 특별자산 운용전문가 이혁진 대표 덕분에 특화운용사로 자리를 잡았다. 2017년 6월 김재현 대표 등으로 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옵티머스운용으로 간판을 바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4월 말 기준으로 5500억원이다. 해당 펀드들이 공공기관과 거래한 기업의 매출채권만 사들인다고 알려지면서 투자자가 몰렸다.


금투업계 고위관계자는 "고수익이라는 이유로 은행, 증권사 지점 위주로 컴플라이언스 없이 사모운용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부실채권을 대거 편입해서 일어난 문제인 만큼 재발을 방지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정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