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뉴스1) 박슬용 기자 = "전투의 선봉에서 조국을 지키는 전사(戰士)들의 발자취를 기록한 곳."
전국에서 유일한 부사관 테마박물관인 국립전사박물관에 대해 정지욱 관장은 이 같이 설명했다. 정 관장은 “부사관은 군 전투력의 발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전사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부사관의 발자취를 기록한 유일한 박물관이다”고 했다.
6·25전쟁 70주년을 앞둔 23일 나라를 지킨 부사관들의 역사를 한 눈에 찾아볼 수 있는 국립전사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인 부사관의 역사와 6·25 전쟁 등 전투에 참여한 부사관의 활약상을 담았다.
◇“정통(精通)해야 따른다”…부사관 역사실
소개에 앞서 정 관장은 먼저 부사관의 ‘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정통이란 어떠한 일에 막힘이 없이 통한다는 의미로 부사관은 자기가 맡은 바에 최고의 전문가여야 한다는 뜻”이라며 “전장은 한 순간에 생과 죽음이 오가는 곳이다. 모든 일에 막힘이 없을 정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부사관은 지휘관이 신뢰하고 부하들도 자발적으로 따른다”고 했다.
역사실에서는 육군부사관학교의 연혁부터 부사관의 역사와 역할까지 부사관과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부사관 역사실은 부사관 및 교육생들에게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부사관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소통의 공간이다.
◇‘전투영웅을 마주하다’…육탄 10용사
6·25 전쟁이 발발하기 전 38선 일대에는 우리 국군과 북한군 간의 소규모 전투가 수차례 벌어졌다. 북한군은 1949년 5월3일 인민군 1사단 병력 1000여명을 동원해 기습 남침했고, 38선 이남 송악산 일대의 고지를 순식간에 점령했다.
기관총을 앞세운 북한군에 의해 고지 탈환에 나선 국군의 피해는 늘어만 갔다. 이에 서부덕 이등상사를 필두로 9명의 군인들은 목숨을 걸고 박격포탄과 폭약을 안고 스스로 적진으로 뛰어들어 송악산의 주요 고지를 탈환했다.
정 관장은 “탈환 중에 중화기 소대 분대장 박창근 하사는 적의 토치카 파괴를 위해 홀로 수류탄을 품에 안고 돌진하다가 적의 집중사격을 받고 전사했다”며 “이들의 투철한 조국애와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들을 육탄 10용사라 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부덕 상사는 소위로 다른 9명은 상사로 특진시키는 동시에 을지무공훈장을 추서하고 모두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난 영원한 일등상사로 남고 싶다”…6·25전쟁 영웅
6·25 전쟁실은 사진자료와 전쟁지역에서 발굴된 유품 등을 전시해 당시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 부사관 출신으로 조국 수호를 위해 전장에서 활약했던 다양한 전투영웅들을 만날 수 있었다.
6·25전쟁 부사관 영웅으로는 양구 비석고지 전투(1953년6월30일) 최득수 이등상사, 형산강 도하 전투(1950년9월17일) 연제근 이등상사, 연천베티고지 전투(1953년7월15~16일) 김만술 특무상사, 영덕지구 전투(1950년7월28~29일) 이명수 일등중사, 김화 407고지 전투(1953년7월13~14일) 안낙규 일등중사, 샛별고지 전투(1953년5월14~15일) 백재덕 이등상사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부사관에 대한 자부심이 특별했다고 한다. 이들 중 이명수 일등중사는 전투 공으로 인해 중위까지 진급했지만 항상 “계급은 중위로 전역하지만 영원한 난 일등상사로 남고 싶다”고 말하며 부사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 관장은 “지난 3월 최득수옹이 숨을 거두면서 6·25 참전 부사관 영웅 중 현재 삶을 살고 있는 분은 없다”며 “나라를 지키다 부상과 마음의 상처를 얻었지만 이들 모두 나라를 원망하지 않고 나라에 대한 걱정과 부사관 양성을 위해 봉사했다”고 말했다.
◇“무거운 마음 힐링하고 가세요”
박물관 2층에는 힐링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박물관을 찾는 부사관과 교육생,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정 관장은 “1층에서 우리나라의 어두운 전쟁 역사를 마주했다면 2층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힐링공간을 조성했다”며 “전쟁과 무기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 문화적 소양을 쌓는 것도 중요해 미술품과 유물을 전시했다”고 했다.
2층은 전통무기실과 서화실로 나뉘어 있다. 전통무기실은 기원전 고조선에서 사용됐던 돌칼과 세형동검 등 타격 무기로부터 궁시·총통 등의 원거리 무기, 나아가 현대의 총기·포탄까지 다양한 전투 무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약 500여점의 시대별 무기를 통해 우리민족의 무기 발달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서화실에는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예술작품이 전시된 공간이다. 수준 높은 작품을 감사하며서 위국헌신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정 관장은 “육군부사관학교 내부에 박물관이 위치하다 보니 방문이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다”며 “앞으로 시민들에게 더욱 다가가 전사박물관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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