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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혁 "피아노는 친밀한 친구, 오르간은 신기한 친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4 18:19

수정 2020.06.24 18:19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연주자 조재혁이 24일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클래식앤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연주자 조재혁이 24일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클래식앤
[파이낸셜뉴스] "피아노는 친밀한 친구라면 오르간은 신기한 친구랄까요. 한 가지 소리를 가진 피아노는 어찌 보면 단색적인 모노크롬의 악기인데 오르간은 다양하고 입체적인 악기죠. 이번 오르간 앨범을 계기로 피아니스트와 오르가니스트로서의 제 커리어가 하나로 땋아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양수겸장의 아이콘인 조재혁이 올 한해 멀티 플레이어의 면모를 더욱 드러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에비당스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첫 오르간 앨범 '바흐, 리스트, 비도르'를 내놓은 그는 국내에선 지난 1월 23일 이 앨범을 정식으로 발매했다.

24일 서울 신사동의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이 앨범의 발매 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앨범이 출시되고 5개월이 지나서야 열린 발매 기념 간담회였다.

조재혁은 "당초 앨범이 나오고 2월에 출시 간담회를 열려 했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연기됐다가 오늘까지 왔다"며 "이와 관련해 준비했던 공연도 5월에서 7월로 미뤄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재혁은 다음달 13일 서울 잠실의 롯데콘서트홀에서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과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리사이틀 콘서트를 준비중이다.

조재혁은 "국내에선 주로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는데 오르가니스트로서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며 "피아노는 6살때부터 쳐왔고 오르간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음악 교과서에 세종문화회관의 오르관이 표지로 나와있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늘 오르간을 마음에 뒀다가 중학교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 실물을 보고 이후 고1 때 미국 맨하탄 음대 예비학교로 유학을 갔을 때 부전공으로 선택하게 됐다"며 "그렇게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옆에 항상 오르간을 두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연주자 조재혁이 24일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다./사진=클래식앤 /사진=클래식앤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연주자 조재혁이 24일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다./사진=클래식앤 /사진=클래식앤
오르간의 매력에 대해 묻자 조재혁은 "오르간 음악의 50% 이상은 오르가니스트가 어떤 음색을 선택하고 소리를 만들지에 따라 재창조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악기 또한 각 나라마다 만드는 스타일도 다르고 소리도 다 다르다"며 "어릴때부터 복잡한 기계를 좋아해서 집 안의 릴테이프와 탁상 시계, 세탁기를 다 뜯어보고 기계적 매커니즘을 관찰했었는데 오르간의 기계적인 복잡성과 매커니즘이 제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최근 발매한 그의 앨범에는 오르간 음악의 베이직이라 할 수 있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비롯해 비드로의 '바흐의 추억 중 제5곡 시칠리아노', 리스트의 '아드 노스, 아드 살루타렘 운담', 김택수의 '파도' 등의 곡이 수록됐다. 특히 '파도'는 조재혁이 이 앨범을 위해 작곡가 김택수에게 위촉한 곡으로 한국의 민요적 요소와 프랑스의 음악적 요소가 더해진 특별한 곡이다. 한음 한음 쌓이며 잔잔한 파도에서 큰 해일이 일어났다 다시 잠잠해지는 듯한 이 곡에서 조재혁은 오르간 연주로 해금의 튕기는 듯한 선율을 표현했다. 조재혁은 "처음엔 조용한데 나중엔 난리가 난다"며 "수많은 오르간 앨범 중 차별화를 위해 프랑스 레이블에서 먼저 한국 작곡가의 신곡을 녹음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사람들이 음반을 듣고 이 곡에 대해 호평을 해서 넣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음반은 프랑스 파리의 라 마들렌 성당의 그랜드 오르간으로 녹음됐다. 생상스가 오르가니스트로 일했던 성당이자 쇼팽의 장례식이 열렸던 곳이다. 이 유서 깊은 곳에서 그는 사람들이 잦아드는 저녁 7시부터 새벽까지 녹음을 사흘에 걸쳐 진행했다.

조재혁은 "유럽은 콧대가 높다. 오르간 사회에서의 콧대 말이다. 외지 사람이 연주하도록 받아주지 않고 배타적이다. 그럴 이유가 있을 것이 몇백년 된 오르간이 고장날 여지가 있기 때문인데 음반 기획사인 에비당스가 처음에 이곳을 섭외했다고 했을 때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예상치 못한 재밌는 요소가 숨어있다. 음반의 곡을 자세히 들어보면 파리의 지하철이 다니는 소리가 난다.

조재혁은 "파리의 지하철 시스템이 거미줄처럼 돼 있더라"며 "건물이 진동하는데 처음엔 지하철 소리가 들어가면 녹음을 중단했다가 나중엔 현장의 일부라 생각해 대로 뒀다. 조용할 때 듣는 지하철 소리는 또 색다르다"며 웃었다.

조재혁은
다음달 중순에 예정된 콘서트에서 조재혁은 피아노와 오르간을 동시에 감상할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1부는 피아노 곡을 연주하고 2부에선 오르간 곡을 연주한다. 조재혁은 "올해 코로나 19 확산으로 라이브 공연을 해본적이 없다.
모든 공연들이 다 취소됐다"며 "코로나 사태로 우울증에 비극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번 연주를 통해 많은 분들의 마음에 치유가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