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금융세제 선진화방안에..증권가 "해외주식으로 투자자 이탈 우려"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5 10:30

수정 2020.06.25 10:29

금융세제 선진화방안에..증권가 "해외주식으로 투자자 이탈 우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25일 국내 모든 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낮추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시장 위축과 투자자 이탈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악재'라고 판단하면서도 예상보다 완만하게 추진된다는 점에서는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 주식, 해외주식 모두 양도소득세를 똑같이 내게 됐다는 점에서 해외 주식으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해외주식 투자로 몰릴 가능성↑
일단 기존에 대주주 외에는 적용되지 않던 양도세가 부과되는 점에서 투자자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양도세가 없다는 점은 국내 주식투자의 유일한 장점으로 여겨져 왔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국내 주식에도 양도세를 내게 된다면 도리어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이 올라가게 된다.
어차피 세금을 똑같이 내게 된다면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이 점점 해외주식 투자에 몰리고 있는데 이를 더 촉진할 것"이라며 "결국 다른나라 좋은 일 시키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양도소득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기간이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여겨진다. 홍 대표는 "일본이 거래세를 그대로 둔채로 양도세를 인상했다가 호되게 고생했다"며 "둘다 (동시에) 하는 방식은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부담과 달리, 학술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체계가 바뀌기 때문에 당연히 거부감이 들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학술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양도소득세를 도입하고, 다양한 자산의 이익과 손실을 합쳐 전체 자본수익에만 과세하는 자본손익통산체계를 만드는 것은 전통경제학, 행태주의 경제학 관점 모두에서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거래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부과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손실상계(여러 자산의 이익과 손실을 합산하여 과세), 이월공제가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염 연구원은 "우리의 이월공제 기간이 3년으로 나왔는데 일본이 3년이고 미국은 거의 무제한(파생상품은 3년)"이라며 "일본 정도의 급은 된다. 3년 정도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실제로 일본의 경우 올해 만약 코로나19 등으로 30~40% 손실이 났는데 내년·내후년까지 금액 측면에서 그 손실을 못메웠다면 내년·내후년까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대만 사례 타산지석 삼아야
업계에서는 10년에 걸쳐 양도소득세 연착륙에 성공한 일본과 또 연거푸 실패한 대만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89년 양도소득세를 과세화(양도차익 20%)하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수차례에 걸쳐 인하해 나가다가(0.55%→0.3%→0.21%→0.1%) 1999년 폐지했다.

대만의 경우에는 1989년 주식 양도차익의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했다가 다음해인 1990년 양도소득세를 철회한 바 있다. 가권지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3년 다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추진 법안이 통과돼 2018년까지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으나 2016년 다시 철회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10년 걸린 반면 대만은 아직도 성공을 못했다"며 "대만의 경우,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병행했다가 주가가 큰폭으로 빠졌다. 주가조정이 큰폭으로 이뤄지다보니 부담이 커져서 양도소득세를 철회했다. 여전히 증권거래세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0년이란 긴 시간동안 완만하게 진행시켜서 결국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일본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의 경우 도입 기간 3년이 상당히 신속한 편이라는 판단이다. 황 연구위원은 "일본은 10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그보다는 더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신속한 것 같다"며 "이제 3년 남은 것인데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2000만원의 면세 범위는 예상보다 투자자들을 배려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신속하게 도입하는 대신 면세 범위를 높게 설정해 세금이 부과되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있었다"고 풀이했다.
이어 "거래세는 0.15%까지 가져가는데 현실적으로 세수가 많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했을 때 불가피했을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폐지까지 가져가는 개선안을 꾸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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