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대한항공 누가 책임질 것인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5 17:37

수정 2020.06.25 17:39

[특별기고]대한항공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공권력은 국민을 위한 힘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권위를 인정하고 따른다. 공정하며 정의롭다고 여긴다. 국민은 4대 의무를 기꺼운 마음으로 이행하고, 그 힘으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보장해 주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행사를 감수하고 수긍한다. 그렇기에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요즘 서울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부지를 놓고 말이 많다. 대한항공의 경영이 어려워져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현재 용도는 특별계획구역이다. 개발행위가 가능한 부지다. 대한항공 매입 당시에도 특별계획구역이었다. 그러다가 매입 당시 수립한 계획에 차질이 생겨 내놓게 됐다고 한다. 매각 기대가격이 있을 것이다. 15개 업체가 입찰참가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 와중이었다. 서울시에서 문화공원지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 연유가 작용해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보도다. 아무리 작은 투자라도 사업성을 따진다. 입찰참가 희망업체도 마찬가지였다. 그 부지가 공원으로 지정되면 입찰 참가 의향업체가 수립한 개발계획은 무용지물이 된다. 사업성은 따지나 마나가 된다. 그런 까닭으로 입찰참여를 포기했을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는 아사 상태나 다름없다. 세계은행에서 183개국을 조사해 올해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내놨다. 경제성장률 -5.2%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란 전망이다. 이 전망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억제된다는 가정이다. 만약 확산세가 지속되면 -8%까지도 역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관광이나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는 그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또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어쩌면 세계은행이 전망한 것보다도 더 어두워질 수도 있다.

각 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중에서도 항공산업의 타격이 가장 크다. 항공사마다 몇 개월째 비행기 날개가 계류장에 묶여있다. 협력업체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항공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의 생활형편은 또 어떤가. 몇 개월째 이어진 무급휴직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안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한항공도 예외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내다 팔 생각인 것 같다. 송현동 땅 매각은 대한항공 자구책의 핵심이다. 최근 서울시의 결정은 그 자구책을 방해하는 꼴이다. 물론 공원으로 조성되면 이용하는 시민의 편익이 있다. 하지만 그 편익에 따른 부담과 위기는 고스란히 대한항공 임직원의 몫이다. 하필이면 왜 이런 위기의 시기에 이러는지 모를 일이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이 좌초하기라도 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론 사유재산이라도 공공의 필요에 따라 공공의 용도로 수용, 사용, 제한할 수가 있다. 그러려면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그렇기에 여러모로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행정력을 이용해 땅값을 떨어뜨려 놓고 헐값으로 매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비단 대한항공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문제일 수가 있다.
행정편의에 따라 사유재산을 취급하고 조치하려 들면 어찌 될까. 과연 국민이 그것을 인정하고 수긍할까. 필자의 생각은 아니다.

이성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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