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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 강행하라' 檢 압박에....재계 "삼성 물고 늘어지기냐"(종합)

뉴시스

입력 2020.06.28 12:01

수정 2020.06.28 12:01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의결 나자 일각서 "권고안 따라선 안된다" 검찰상대 기소 압박 목소리 원치않는 결과 나오자 '룰 잘못됐으니 결과도 무효' 떼쓰기 "차라리 '이재용·삼성은 무조건 잡자' 주장이 더 솔직할 것" 재계 "수심위 권고 따라야 개혁의지 입증...위상 제고 기회"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0.05.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0.05.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가 이 부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은 또 한고비를 넘겼다.

반면 앞서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며 기소 의지를 드러냈던 검찰이 궁지에 몰렸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뿐 아니라 수사 자체를 중단하라고 권고함에 따라 1년7개월을 끌고 온 수사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이 심의위 권고안에 따라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며 검찰에 '기소 강행' 명분을 주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재계를 중심으로 '삼성 물고 늘어지기냐'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28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구체적인 표결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심의에 참여한 13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기소 반대의견을 냈으며 표결은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고, 그동안 검찰이 최정점으로 지목한 이 부회장이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이번 수사심의위 결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결과는 약 1년7개월 동안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펼치며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검찰 수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심의위 권고안에 따라서는 안된다', '이재용 건은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검찰에 '기소 강행'을 압박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애초에 '기소하는 게 마땅하다'는 결론을 내려놓고는 자신들의 기대에 배치되는 결과가 나오자 '룰이 잘못됐으니 결과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들은 이번 사안이 복잡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서울 대검찰청에서 바라본 방향에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검찰 깃발. 뉴시스DB 2020.06.25
[서울=뉴시스] 서울 대검찰청에서 바라본 방향에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검찰 깃발. 뉴시스DB 2020.06.25
그러나 이는 수사심의위 제도를 부정하고 위원들의 역량을 폄훼하는 것으로, 검찰 입장에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원은 평범한 일반인들 가운데 추첨된 이들이 아니라 규정에 따라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검찰총장이 직접 위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안을 심의한 현안위원의 경우 변호사 4명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계 전문가, 중견 언론인, 종교인 등 명망과 식견을 갖춘 인사들이 포함됐다.각자의 전문성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할 충분한 자격과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수사심의위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돈과 권력이 많은' 이 부회장 관련 사건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여권 일부 의원들이 내놓고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제11조)의 정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수사심의위의 논의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재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돈과 권력의 기준은 대체 누가 정하는 것이냐, 법에 나오는 얘기냐"면서 "차라리 '이재용과 삼성만 수심위 결과 적용 대상에서 빼고 무조건 잡아넣자'라고 주장하는 게 더 솔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 결과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는 관측도 상당하다. 검찰은 지난 8번의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지만 수사심의위의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있어 수사팀이 반드시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과 재계는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검찰이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 불기소 권고를 존중해 주길 바란다는 희망과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깃발 뉴시스DB 2020.06.04.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깃발 뉴시스DB 2020.06.04.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하고 따를 경우 검찰은 ‘국민신뢰 제고’라는 제도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특히 개혁 의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검찰 위상을 새롭게 다지는 좋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2018년 도입한 제도다. 수사 과정에서 우려되는 수사팀의 '확증 편향' 가능성을 차단하고, 기소와 영장청구 등의 판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목적이다.

각계 전문가들 가운데 최대 250명의 위원을 위촉하고, 개별 사안을 논의하는 현안위원(15명)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하는 것은 물론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해 회피·기피 규정도 만들어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갖췄다.

검찰이 과거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단 한번도 거스른 적이 없다는 사실만 봐도 제도의 신뢰성은 충분히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제도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이번에도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와 재계의 일관된 충고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이번 수사심의위 권고를 놓고 이른바 '여론 재판'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미국 대배심과 같은 '검찰 견제 기구'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주장은 수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위원들이 하루 만에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적절치 않고, 여론 동향과 심리적 요인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모든 사건은 재판이 아니라 검찰이 꾸리는 전문 수사팀에 의해서만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한 수사심의위는 미국의 대배심,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비슷한 제도다. 모두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자는 취지다.
미국 대배심과 일본 검찰심사회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노무현 정부 등에서 '검찰을 견제할 시민기구 도입' 방안이 검토될 때마다 대표적인 해외 모범사례로 거론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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