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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포스트 코로나 도시와 룬샷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30 17:10

수정 2020.06.30 17:10

[여의나루] 포스트 코로나 도시와 룬샷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6개월, 확진자 1000만 사망자 50만에 근접하고 있고 확진자는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도시 폐쇄,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기존 방역체계로는 바이러스의 조기 근절이 힘들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제 인류의 관심은 피해를 줄이면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로 옮겨가고 있다. 이 어려운 시기, 세상에 지혜를 던지는 책이 있다. 물리학자이자 경영학자인 사피 바칼은 최근 저서 '룬샷'에서 전쟁, 질병과 같은 위기를 물리학의 상전이(Phase Transition: 예로써 물과 얼음이 서로 교차하는 현상이 있음)와 유사한 현상으로 해석하고, 얼음 위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려 얼음을 녹일 수 없듯이 극복을 위해서는 '그동안 외면받던 혁신적 아이디어(룬샷)'를 발 빠르게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초 등장한 자동차는 이후 도시의 주인공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 위를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쌩쌩 달리는 자동차는 도시의 상징이었다.
보행과 자전거와 같은 무공해 개인이동수단을 위한 공간은 대부분 도로의 변방으로 밀려나 체면치레용 좁은 공간을 차지하거나 무시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큰 위기에 처한 도시 중 발 빠른 도시들은 극복을 위해 저탄소 녹색도시로의 전환을 목표로 설정하고 첫 번째 룬샷으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의 위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한상진 박사에 따르면 베를린시는 최근 '코로나 차선'을 도입해 보도폭 기준을 2m에서 4m, 자전거도로는 1.8m에서 2.5m로 늘린 반면, 차선폭은 3m에서 2.6m로 축소해 도시 가로의 주류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00㎞에 이르는 자전거고속도로망 건설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파리는 도로를 줄여 650㎞의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밀란시도 차선을 줄여 자전거용 임시차선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자전거 구입비용을 70%까지 보조하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하루 4만명이 넘는 급속한 증가를 보이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도로의 주류를 교체하기 위한 룬샷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피해가 큰 뉴욕시는 160㎞의 도로에서 주간시간대 차량통행을 금지하는 대신 확보된 공간을 보도 및 자전거도로로 용도를 변경하고 있으며, 식당의 실내감염 우려를 낮추고 외식 경기 활성화를 위해 차량운행이 금지된 도로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남미 콜롬비아의 보고타시는 수요에 따라 위치가 변동하는 임시자전거도로를 확보해 감염 위험이 높은 혼잡한 대중교통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서울시도 발 빠르게 과감한 자전거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자전거 1시간 생활권 구현을 위해 전용도로율을 7%까지 확대하고 자전거급행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광화문 광장 및 녹색교통진흥지역 등과 같은 보행공간 확대 사업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러한 룬샷을 통해 서울시는 도시교통의 주류를 자동차/대중교통 조합에서 보행·자전거/대중교통 조합으로 변화시킬 전망이다.

코로나19를 혹자는 위기의 전조 현상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회색 코뿔소에 비유한다.
이 동물은 워낙 덩치가 커서 가까워질수록 지축을 흔드는 쿵쿵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가뭄, 대기오염, 질병 등 여러 악영향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는 인간 문명을 종식시킬 수도 있는 기후변화라는 회색코뿔소를 대비하라는 무서운 경고음이고 저탄소 녹색도시는 해결책이며 룬샷은 방법이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前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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