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벌레에서 장수 비결을 찾아냈다

대사질환·항노화 약물 발굴 표적으로 'VRK1' 추가

예쁜꼬마선충에서 초록색 형광으로 표지된 VRK1 단백질(가운데). 파란색 형광은 세포의 핵을 표지(오른쪽)한 것으로 VRK1 단백질은 예쁜 꼬마 선충의 다양한 조직에서 나타난다. 한국과학기술원 이승재 교수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땅속에 사는 1㎜ 벌레 속 단백질에서 노화를 늦출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연구진은 선충뿐만 아니라 인간 몸에도 이 단백질이 있어 향후 인간 노화를 조절하는 현상을 밝히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이승재 교수와 포항공과대 김경태 교수 연구팀이 세포속 인산화효소인 'VRK1'이 예쁜꼬마선충을 더 오래살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번 연구성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고 2일 밝혔다.

기존 연구자들이 세포의 에너지센서 역할을 담당하는 'AMPK' 효소가 수명연장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었다. 하지만 AMPK가 무엇에 자극을 받아 움직이는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인간 노화를 연구하면서 예쁜꼬마선충에 주목했다. 예쁜꼬마선충은 지금까지 밝혀진 유전자 2만여개 중 약 40%가 사람과 유사하다. 또한 번식도 빨라 다양한 돌연변이 연구를 하는데 적합하다.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 세포 속 VRK1이 활성화될때의 패턴이 AMPK가 활성화될 때와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이후 VRK1과 대사조절을 통한 노화조절자 AMPK와의 상관관계를 관찰했다.

그 결과 VRK1이 AMPK를 직접 활성화시켰다. 활성화된 AMPK는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계를 억제해 수명연장 효과가 나타났다.

실제 실험결과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의 기능을 감소시켜 수명이 늘어난 예쁜꼬마선충 돌연변이는 VRK1를 활성화시켰다.

VRK1에 의한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AMPK 돌연변이를 가진 예쁜꼬마 선충에서는 수명연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연구진이 AMPK의 장수조절 효과를 유도하는 상위 물질이 VRK1임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진은 "AMPK 이상으로 인한 대사질환이나 항노화에 대한 약물발굴 표적으로 VRK-1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mail]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