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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코로나19 환자, 국내 최초 폐이식 수술 성공...세계 9번째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2 09:45

수정 2020.07.02 09:47

정상 폐 현미경 사진(왼쪽), 코로나19 환자(오른쪽)
정상 폐 현미경 사진(왼쪽), 코로나19 환자(오른쪽)


[파이낸셜뉴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지난 6월 21일 코로나19 중증환자의 폐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중국 6명, 미국 1명, 오스트리아 1명에 이어 세계에서 9번째다.

코로나19 중증인 50대 여성 환자는 지난 2월 29일 한림대학교성심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응급중환자실 음압격리실로 입원했다. 전원 당시 의식은 있었으나 산소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산소농도가 88% 이하로 떨어지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입원 3시간 만에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인공호흡기 착용 후에도 혈압과 산소농도가 호전되지 않고 숨을 쉬기 어려워했다.

초기 치료로 항말라리아약인 클로로퀸과 에이즈 환자에서 사용하는 칼레트라를 사용했고, 항염증 작용을 위해 스테로이드도 사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비교적 젊고 건강한 환자였지만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를 시행해 환자의 폐 기능을 대신해야 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에크모팀은 3월 1일 환자에게 에크모를 장착하고 선제적 치료를 시작했다.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체내로 흘려보내는 장치로, 심장이나 폐 기능이 정상이 아닐 때 중환자의 심폐 기능을 보조해 생명을 유지해주는 장치다.

환자는 음압격리실에서 에크모를 달고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았다. 환자는 3월 초 한 번의 코로나19 양성반응 이후 줄곧 음성이 나왔다. 격리 2개월 만에 기관지내시경으로 채취한 검체로 코로나19 최종 음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환자의 폐 상태는 나빠졌다. 흉부X-레이 검사 결과에서는 심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흉부CT 검사 결과 양측 폐에 광범위한 침윤소견과 폐섬유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폐 기능이 너무 심하게 손상돼 에크모를 떼는 순간 환자는 사망 위험이 높았다. 선택은 폐이식 밖에 없었고 의료진은 폐이식을 결정했다.코로나19로 건강했던 환자가 순식간에 생사를 오가는 상태가 된 것이다. 환자는 가족과 떨어져 읍압격리실에서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준 에크모센터 의료진의 손을 잡고 눈물을 한참 동안 흘렸다. 에크모센터 의료진은 5월 4일 수술을 결정하고 에크모 치료를 유지한 채 외과중환자실 양압이식방으로 환자를 옮겨 폐 공여자를 기다렸다.

환자는 입원 다음 날인 3월 1일부터 이식하기 전날인 6월 20일까지 무려 112일 동안 에크모 치료를 시행했다. 이는 코로나19 환자 중 에크모 장착 세계 최장기간 기록이다. 에크모 치료는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환자를 추적, 관찰해 건강상태를 잘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에크모 장착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의 폐이식은 6월 20일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진행됐다. 실제 수술시간은 8시간이었다.

에크모센터장 흉부외과 김형수 교수는 "수술 성공은 선제적으로 시행한 에크모 치료뿐 아니라 의료진이 장기간 에크모 장착으로 인한 감염, 출혈, 혈전증 등 여러 합병증을 잘 막고 환자의 식이요법과 체력저하 등을 관리하기 위해 24시간 집중치료를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환자는 코로나19 환자 중 국내에서 최고 중증치료 사례였다.

중증 코로나19 환자, 국내 최초 폐이식 수술 성공...세계 9번째

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폐를 떼어낼 때 건강한 폐와 다르게 크기도 작게 수축됐고 마치 돌덩이처럼 폐가 딱딱한 느낌이었다"며 "건강하고 젊은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도 폐섬유화 진행 속도가 빨라 폐이식까지 갈 수 있으니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크모 치료를 오랫동안 받은 환자는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크다. 또 침상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근육위축이 올 수 있기에 주기적으로 근육운동 해야 하고 폐이식을 받더라도 자발호흡이 안되면 결국 인공호흡기나 에크모 치료에 장기간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에크모센터는 폐이식을 결정한 순간부터 환자에게 폐활량 및 호흡 근력을 키울 수 있도록 호흡근 운동, 팔다리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앉거나 걷는 보행 연습을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또 환자의 건강한 전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영양성분이 고르게 합류된 균형 있는 식이섭취를 적극적으로 했다. 이러한 부분이 환자가 성공적으로 폐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히 회복할 수 있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폐이식은 난이도가 높아 성공률이 70% 정도지만 에크모 환자의 경우 위중한 상태로 50% 정도다. 심장, 간 등 다른 장기이식술 성공률이 90%인 것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생존율은 5년 50~60%고, 10년 30%로 생존율 또한 낮다. 폐는 숨을 쉴 때마다 공기에 노출되는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장기로 그만큼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식 환자는 이식 1년 안에 30~50% 환자는 급성거부반응이 발생하기도 한다.

에크모센터 호흡기내과(중환자의학) 박성훈 교수는 "현재까지 환자가 급성거부반응을 나타나지는 않았다"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급성거부반응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면역억제제 농도를 조절하고 재활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코로나19 감염을 감기처럼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생사를 오갈 수 있는 큰 병이라고 생각해 조심해야 한다"며 "가족과 떨어져 병상에 누워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매일 식사도 챙겨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나를 대신해 손발이 되어준 의료진의 헌신에 병을 이겨내자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환자는 현재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자발호흡을 하고 있으며 앉아서 스스로 식사를 하고, 호흡근운동과 사이클을 통한 침상 재활운동을 시행해 하지 근력을 키워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재활운동을 열심히 해 보행이 가능해지면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유경호 병원장은 "이번 폐이식 성공으로 우리나라 중증환자 치료가 세계적 수준임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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