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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도 아닌데 반년째 생리 없고 잠 못자고…2030 '난소 이상신호' [Weekend 헬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3 04:00

수정 2020.07.03 04:00

몸이 보내는 경고, 무월경
젊은 여성 갱년기 증상 있다면
조기난소부전 의심해봐야
비만·여드름 동반땐 다낭성난소증후군
갑상선 호르몬 문제때도 나타나
여성들은 13~14세 즈음 초경을 시작한 후 생리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된다. 특히 걱정과 고민이 생길 때는 갑자기 생리가 멈추거나 시기가 부정확할 때다.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현진 교수는 2일 "20~30대의 젊은 여성이 갱년기 증상으로 알고 있는 안면홍조, 불면증, 관절통 등의 증상과 함께 무월경이 나타난다면 조기난소부전 등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월경, 6개월간 생리가 없는 상태


생리는 여성의 건강을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뇌로부터 명령을 받아 28일(평균 25~35일)이라는 기간 동안 각자 역할을 한다. 생리는 이 기간 동안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자궁내막이 호르몬의 분비 주기에 반응해 저절로 탈락·배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건강한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 주기는 28일 정도이며 생리 기간은 2~7일 정도다.

이런 정상 생리 범주를 벗어나는 것을 생리불순이라고 한다. 생리불순은 많은 여성들이 겪어봤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생리 불순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나이, 호르몬, 내분비 질환 등 많은 영향을 받는다.

생리불순으로 생리주기가 21일 미만으로 짧아졌거나 40일 이상 생리주기가 길어지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무월경은 3번의 생리 주기 동안 혹은 6개월 이상 생리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생리불순과 무월경이 지속되면 조기폐경이나 난임과 관련된 증상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생리주기는 배란주기를 반영하므로 무월경이 지속된다면 배란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생리를 한다는 것은 우리 몸이 임신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 환경, 질병 유무의 차이 등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가임기 여성임에도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무월경을 겪기도 한다.

무월경은 크게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구분된다. 생애 한 번도 생리를 하지 않았다면(초경이 없는 경우) 원발성, 생리를 계속하다 갑자기 멈춘 경우는 속발성이라고 일컫는다.

원발성은 이차 성징이 없으면서 만 13세까지 생리를 하지 않는 경우, 혹은 이차 성징이 있고 만 15세까지 생리가 없는 경우로 정의한다. 체질적 지연이나 가족력 등으로 인해 초경이 늦어질 수는 있으나 앞에서 언급한 나이까지 생리가 없다면 각종 검사를 통해 여성 생식기(자궁, 나팔관 등) 기형 질환인 뮐러관 기형, 성 발달 이상에 의한 무월경을 의심할 수 있다. 속발성의 경우 6개월 혹은 과거 주기의 3배 이상 동안 생리가 없을 때를 말한다. 가장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원인은 임신이다. 진료에서도 임신 가능성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원칙이며, 필요시에는 소변 검사 후 진료를 보기도 한다.

두 번째는 폐경이다. 우리나라 여성은 평균적으로 49.7세에 폐경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40대 후반부터 평균보다 일찍 폐경이 올 수 있다.

20~30대 무월경, 질환 의심해야


40대에 발생하는 이른 폐경(early menopause)은 평균보다 빠르게 난소의 기능이 고갈된 상태지만 병이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여성 호르몬이 없는 상태가 몇 년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호르몬제 복용이 권고된다. 문제는 20~30대의 젊은 여성이 갱년기 증상인 안면홍조, 불면증, 관절통 등의 증상과 함께 무월경이 나타난 경우다. 이 때는 조기난소부전을 의심해봐야 한다.

조기난소부전의 세계적인 유병률은 전체 여성의 1% 정도다. 30대 미만에서는 1000명당 1명 정도로 관찰된다. 40~50대 폐경보다는 난소의 기능 정도가 다양해 예측하기 어렵다. 5~10%의 조기 난소 부전 환자는 임신 및 출산이 가능하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이는 쉽지 않다.

무월경을 앓고 있는 젊은 여성에게 관찰되는 대표적인 질환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다.

초음파에서 특징적인 다낭성 모양의 난소를 확인할 수 있고 이와 함께 생리불순, 무월경, 당 대사 질환 등이 함께 나타난다. 또 비만, 여드름, 다모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외에도 갑상선 호르몬, 뇌하수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무월경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피임약 복용 등 생활습관 변화로 발생


몸에 이상이 없는데 생활습관의 변화로 인해 무월경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운동, 급격한 체중변화, 스트레스 등도 생리 주기에 영향을 준다. 또 약물에 의해서도 무월경이 나타난다. 무월경을 발생시키는 피임제를 먹고 있다면 이를 끊은 후에도 무월경이 일정 기간 진행될 수 있다.
장기간 피임이 가능한 주사제제나 삽입형 제제를 사용한 경우에는 정해진 기간 이후에도 무월경이 좀 더 지속될 수 있다. 이외에도 항정신성 약물, 우울증 약물 등과 혈압약, 알러지 관련 약, 항암제 등 생리 유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이 많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20~30대라도 무월경이 발생한다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여성으로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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