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증시 ‘큰손’ 된 동학개미… 하반기도 47兆 실탄 쌓아놨다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5 17:43

수정 2020.07.05 18:27

상반기 개인 투자자 40조 순매수
하락장 방어하며 V자 반등 이끌어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주 위주 매수
7월 투자자 예탁금 47조 작년의 2배
개인 주도 장세 당분간 지속될 듯
증시 ‘큰손’ 된 동학개미… 하반기도 47兆 실탄 쌓아놨다
상반기 국내 증시가 코로나19로 인한 급락에서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동학개미(개인투자자)'가 있었다. 증시 대기자금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큰손' 역할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개미 순매수금 40조원 육박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4.1% 하락하고, 코스닥지수는 10.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와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각각 9.6%, 5.8% 빠진 것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증시 중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회복세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증시를 떠받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31조9776억원, 코스닥에서 7조6633억원 등 총 39조6409억원어치를 '나홀로'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도에 따른 증시 하락을 방어한 것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증시 'V'자 반등을 이끌었다"며 "통상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영향력이 작다고 여겨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장세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폭락한 증시를 부양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은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로 대안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송 연구원은 "예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이고, 또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부동산 투자가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대형 우량주 위주로 순매수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코스피에서는 삼성전자(8조3625억원), KODEX200선물인버스(2조3702억원), 삼성전자우(2조2970억원), SK하이닉스(1조2569억원), 현대차(1조1968억원) 순으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3855억원), 씨젠(3110억원), 메디톡스(2315억원), 제넥신(1979억원), CJ ENM(1852억원) 순이었다.

덩치가 커지면서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다.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 폐지 요구에 이어 최근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기관과 외국인에 대한 세금은 전혀 손대지 않고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확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하반기에도 '개미 파워' 지속


당분간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증시 대기자금도 넉넉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47조863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0조4698억원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회사에 맡겨 놓은 돈이다. 지난달 26일에는 50조5095억원까지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 50조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투자자예탁금의 일평균 금액이 25조4542억원임을 감안했을 때 두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인 신용융자잔고도 증가세다. 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고는 12조6471억원이다. 4월초 6조원, 5월초 9조원에서 매달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는 최근 불확실성 장세에서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를 지속하는 데다 증시 대기성 자금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개인투자자의 주식 순매수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개인투자자의 적극적 금융시장 참여가 일시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15조원 수준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코로나19와 경기회복 속도 등이 꼽힌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개인 주도 장세의 방향은 코로나19 확산 강도와 경제 회복 속도가 결정할 것"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은 하방을 지지할 수 있다.
증시가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악재 해소와 실물경제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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