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본사 소속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을 결정한 가운데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보안검색요원을 자회사로 남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근무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보안검색요원 1902명이 청원경찰 신분으로 된다고 해 취준생을 포함, 공사 정규직 직원들이 동참해 정규직 채용에 대해 반대를 표하고 있다"며 "모두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보안검색요원으로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아무런 욕심 없이 지냈는데 왜 이렇게 혼란스럽게 일이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안정적으로 퇴사할 때까지 고용안정이 보장되길 누구보다 바라는 입장이고, 그런 취지에서 대통령님께서 방문해 정규직화해주겠다는 말씀에 정말 감사했지만, 지금은 왜 공항을 방문하셔서 이런 혼란을 야기시키게 됐는지도 원망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청원인은 "직접 고용을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해주신 분들도 고생 많이 하셨고 덕분에 청원경찰 신분으로 공사 정규직으로 갈 수 있게 된 점 또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신분이 바뀌는 것에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를 표하고 성명서도 받고, 사회적으로 물의가 발생된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비참함과 자괴감마저 들게 하는 이 암담한 현실에 답답함을 표할 길이 없어 씁쓸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몇 년에서 몇십 년 일한 선후배들이 시험을 보고 그 결과에 따라서 누구는 이 일을 더는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되는 것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왜 이렇게 원치 않는 피해자까지 발생해야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젊은 친구들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면 된다지만 다른 곳으로 이직이 어려운 연배의 선배님들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하냐"며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전전긍긍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발생하는데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이분들이 직장을 잃는 게 과연 정상인지,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고용안정 '이라는 것이 과연 이런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것이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누가 피해 보는 사람이 발생한다면 정규직 청원경찰 노 땡큐"라며 "취준생과 공항공사 직원들의 밥그릇 탐하고픈 생각도, 자기 밥그릇 지키겠다며 싸우는 고래 싸움에 끼고 싶지도, 평생 주홍글씨를 새기고 일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안검색요원 모두가 본인의 자리에서 본인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만 된다면 저는 그거로 만족한다"며 "기존 합의안대로 자회사에 남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보안검색요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직렬을 무기계약직으로 분류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정년 보장 등 고용안정 측면에선 기간제 근로자보다 안정적이지만, 급여나 수당 등은 정규직과 격차가 있고 호봉을 인정받더라도 승진에서 제외되는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아 '중규직'이라고도 불린다.
공항공사는 최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보안검색과 소방직과 야생동물 통제직 채용을 공고하면서 이들의 고용 형태를 무기계약직으로 기재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회사 정원 관리를 위해 새로 직고용되는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분류했다"며 "직렬상 무기계약직이지 고용 형태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고, 노조와 합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에선 무기계약직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나온다. 보안검색에는 4개의 노조가 있다.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선 "공사가 정규직 전환 명분을 위해 무기계약직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무기계약직이 되려고 공개 경쟁 채용 과정에서 탈락할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탈락 위험을 피하기 위해 김포공항처럼 자회사 정규직을 요구하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 정규직 평균 연봉은 6737만 원인 반면 무기계약직 평균 연봉은 정규직의 56.7% 수준인 3819만원이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정규직 평균 연봉은 9100만원, 보안검색요원들은 무기계약직이 되면 평균 연봉이 4000만 정도가 될것으로 보인다. 복지 등의 처우는 같다.
정부는 비정규직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기관별 채용 및 정규직 전환 실적 집계 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분류해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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