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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르노·도요타 등 1392곳 등급 하향… 리먼 직후 수준" [회사채 도미노 신용강등]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6 18:28

수정 2020.07.06 18:58

코로나 영향 채무변제 능력 급락
전세계 회사채 등급 무더기 강등
각국 중앙銀 '무차별 매입' 나서
"좀비기업까지 연명시키나" 비난
"S&P, 르노·도요타 등 1392곳 등급 하향… 리먼 직후 수준" [회사채 도미노 신용강등]
【 도쿄=조은효 특파원】 코로나19로 세계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등급이 줄줄이 강등되고 있다. 르노, 도요타, 롤스로이스 등 약 1400개 글로벌 기업의 회사채 등급이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발 경기충격에 기업의 채무변제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서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이들 회사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지만 '좀비기업'까지 연명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채 등급 하향조정 러시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은 올 초부터 지난 6월 25일까지 총 1392개사의 회사채 등급을 낮췄다. 전년동기 대비 3.4배 증가한 규모다.
역대 최대치인 리먼사태 직후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S&P는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미국 카니발,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프랑스 르노 등의 채무상환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의 회사채 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렸다. 미국에선 이미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사채 발행기업 가운데 57%가 투기등급이다. 유럽 역시 약 40%에 달한다. 올해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본 기업들 역시 등급 하향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올 들어 21개 일본 기업의 회사채 등급이 내려갔다. 도요타,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의 간판 기업들도 등급 하향 조정으로 체면을 구겼다. 등급이 내려가면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간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사토 히카루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기업들이 채무상환을 우선시하게 돼 신규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각국 중앙은행 구원투수로 나서


S&P는 코로나 이전 상태로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을 오는 2022년으로 잡았다. 세계은행(WP) 역시 지난달 보고서에서 "2022년은 돼야 경기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미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며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등급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다.

연준은 지난 3월 연준 역사상 처음으로 회사채 시장에 손을 내밀었다. 연준은 최근까지 총 4억2900만달러(약 5100억원)의 회사채를 사들였다. AT&T,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등 미국 주요 기업을 포함해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을 비롯해 투기등급을 받은 회사채까지 매입대상이었다.

시장에선 중앙은행이 급한 대로 '무차별적'으로 회사채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다.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좀비기업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중앙은행의 '퇴로 없는' 빚부담 역시 과제다.

미국 조사회사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6월 투기적 등급인 회사채 발행 규모는 500억달러(약 59조8000억원)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미국의 기업 채무는 1년 전 대비 10%가량 증가해 처음으로 10조달러(1경1195조원)를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9%가량이다. 일본 역시 GDP 대비 90% 이상까지 높아졌다.
S&P글로벌은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난 곳만 올 초부터 지난달 25일까지 119개사라며 이 같은 수치는 전년 전체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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