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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의견 불일치 늘어…감독당국·회계기준원 역할 정립 필요"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7 13:07

수정 2020.07.07 13:07

올해 첫 감사위원회포럼 개최
"원칙중심 회계기준 속 신 외감법 도입으로 감사의견 불일치 증가"
"금융당국은 회계기준원 역할 침범하지 않아야"
"회계기준원,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해야"
[파이낸셜뉴스] 회계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한 신 외부감사법 도입으로 감사인의 책임이 막중해지면서 감사인 간 의견이 어긋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감독당국과 회계기준원의 역할 분담을 보다 명확히 해 감사의견 불일치에 따른 분쟁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석우 고려대학교 교수는 7일 사단법인 감사위원회포럼이 온라인 세미나(웨비나)로 개최한 ‘2020 제1회 정기포럼’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감사위원회포럼은 지난 2018년 ‘빅4’(삼일, 삼정, 안진, 한영회계법인)이 기업감사 및 감사위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정 교수는 "원칙 중심의 IFRS(국제회계기준)가 도입되고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 사태 이후 도입된 신 외감법 시행으로 감사인의 책임이 커졌다"며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 아래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감사인 지정제가 전면 확대됐는데, 이는 기존 잠복한 문제들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영국에서 출발한 IFRS는 원칙 중심이지만 한국 사회는 규칙 중심이기 때문에 일부 제도만 차용해오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디자인이 예쁘다고 맞지 않는 옷을 가져온 꼴"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원칙 중심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아 감리에 어려움이 따르게 돼 전·당기 감사인 간, 회사와 감사인 간 의견 대립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는 감사인 간 의견이 다른 이유를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 △제도적 장치 미비 △감사의견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의존 △신 외감법 시행 등에 따른 감사인 책임 증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전면 확대 등 다섯 가지로 꼽았다.

신 외감법은 지난 2018년 11월 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지정받는 제도다. 피감기관과 감사인의 결탁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된다.

정 교수는 "상장사의 경우 감사의견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대상이 된다"면서 "감사위원회에 지워지는 압박은 커지고 이해관계자들은 자신의 주장이 맞다는 주장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또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은 명확성이 떨어져 세부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안이 많다"며 "(감사인의)합리적 판단을 허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감사인은 규제기관의 지침을 의식하게 되고 이에 따라 원칙으로 정한 것과 규제기관의 지침 간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의견 차이에 따른 갈등 완화 방안으로는 △원칙 중심 회계기준에 맞는 회계 환경 조성 △감사의견의 사회적 이용과 관련된 제도 보완 △감독당국 역할 분할 정립 등이 제시됐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이 각기 고유 역할인 정책, 감독, 회계기준 마련 등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금융위는 정책을 통해 사전에 문제를 완화해야 하며 정부 내에 회계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감독당국은 감독 분야에 집중하고 기준 해석은 회계기준원에 맡기며 갈등완화를 위해 비조치의견서 등 행정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회계기준원은 문제 발생 이전에 의견을 내는 등 한발 더 나와야 한다"며 "금감원이나 금융위는 기업들의 의견 표명에 대해 의견을 내서는 안 되고, 회계기준원 내부에서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치는 식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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