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직장인 김지은(28)씨는 최근 최애(가장 좋아하는) 메뉴 '달고나 라떼' 열량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매장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한 잔에 600㎉가 넘는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음료 위에 토핑으로 올라가는 달고나가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조각 크기가 작아서 칼로리가 크게 높진 않을 것으로 믿고 싶었다. A씨는 "음료에 단맛이 강해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그간 운동이 헛수고가 됐겠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올여름 유행하고 있는 달고나 라떼가 다이어트족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커피빈 '에스프레소 달고나 크림라떼' 열량은 663㎉(킬로칼로리)에 이른다. 커피빈에서 판매 중인 모든 음료뿐아니라 시중 유사 제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커피빈 달고나 크림 라떼는 기존 카페 라떼 위에 크림·조각낸 달고나 캔디를 올린 메뉴다. 용량 473㎖에 당 성분이 60g이나 들어있다.
이 제품에서 에스프레소 샷을 뺀 커피빈 '달고나 크림라떼'도 열량이 높긴 마찬가지다. 달고나 크림라떼 473㎖엔 당류 60g이 들어있다. 열량도 658㎉로 시중 유사 제품 중 열량이 두 번째로 높았다.
커피빈을 제외한 탐앤탐스·이디야 커피·할리스 커피·투썸플레이스도 달고나 라떼에 들어간 당류 함량이 30~52g에 이른다. 롯데 가나 초콜릿(70g)에 들어간 당 함량이 36g인 것을 고려하면 음료 한 잔에 초콜릿 두 개 가까이를 먹는 셈이다.
◇ 설탕으로 만드는 달고나 토핑…라떼 위에선 '칼로리 폭탄'
달고나 라떼는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집에서 음료를 만들어 먹는 '홈카페족'이 늘면서 유명해진 메뉴다. 인스턴트 원두와 설탕·뜨거운 물을 넣고 400번 이상 저으면 끈끈하게 굳은 캐러멜 색 거품이 생긴다. 이 거품을 우유 위에 얹으면 달고나 맛이 난다고 해서 '달고나 커피'라는 이름이 붙었다.
온라인에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유행하자 커피 전문점과 음료 시장에도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Δ커피빈 '에스프레소 달고나 크림라떼' Δ탐앤탐스 '크림 달고나 카페라떼' Δ이디야 커피 '달고나 라떼' Δ할리스커피 '달고나 콜드브루 라떼'가 대표적이다.
다만 제조법은 기존 방식과 조금 다르다.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달고나 라떼는 400번 저어 만든 달고나 거품 대신 실제 달고나 조각을 얹는다. 업체에 따라 달고나 향을 내는 시럽과 생크림도 추가된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매장에서 400번 이상 젓는 수고를 덜고, 달고나 고유의 맛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 달고나 조각을 올리는 방식으로 제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달고나 열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달고나는 설탕을 주재료로 만드는 간식이다. 녹인 설탕에 소다를 넣고 굳히면 캐러멜 맛이 나는 사탕이 된다. 설탕 칼로리는 100g당 387㎉ 수준이다.
특히 달고나가 음료 위에 시럽·크림과 함께 토핑으로 올라가면 음료 칼로리는 폭발적으로 높아진다.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 중인 일반 아이스 카페라떼 열량은 100~200㎉ 정도다. 이 상태에서 달고나 조각과 시럽·크림이 올라가면 칼로리는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달고나 라떼 열량은 제품 용량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커피빈 달고나 라떼 2종 용량은 473㎖로 비교 제품 가운데 가장 양이 많았다.
커피빈 뒤를 탐앤탐스(454㎖)·투썸플레이스(414㎖)·이디야커피(384㎖)·할리스커피(354㎖)가 이었다.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하고 달고나 음료 당 함량·칼로리는 용량과 비례했다.
커피빈 관계자는 "음료 양이 많아 자사 제품 열량과 당 함량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베이스 재료로 들어간 생크림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당 저감 조치' 권고 기준 50g 웃돌아…소비자 건강에 소홀 지적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WHO(세계보건기구) 당류 섭취 기준을 따른다. WHO는 하루에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이 50g을 넘지 않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당 섭취량은 지난 2007년 59.6g에서 2016년 73.6g으로 매년 평균 3.5%씩 증가하는 추세다.
식약처는 지난 2016년 4월 '제1차 당류 저감화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올해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국민 당류섭취량을 1일 총 에너지 섭취량(열량)의 10% 이내로 저감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하루에 총 2000㎉를 섭취하는 성인을 기준으로 200㎉(당으로 환산 시 50g) 이내로 당류 섭취를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도 저칼로리 트렌드에 맞춰 당류 함량이 낮은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코카콜라 '미닛메이드 스파클링 청포도 칼로리10', 해태htb '썬키스트 아로마워터', 신세계푸드 '블루몽키 수박주스 스파클링'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달고나 라떼에 들어있는 당 함량이 정부와 WHO 권고 기준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 건강 고려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당류 저감화 트렌드에 따라 차 종류나 당 함량을 낮춘 주스도 개발해 출시했었다"며 "제품 개발에 앞서 당 함량 등을 더 꼼꼼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