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의 공연이라 긴장도 되네요. 하지만 더운 여름에 코로나로 많이 지쳐 있는 분들이 공연을 통해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맑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연장 안에서 진정한 힐링이 일어날 수 있길 바래요."
한국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60)은 겸양의 모습을 보였다. 다음달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3년만의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그를 8일 서울 동숭동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내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20년 전 동덕여대에 처음으로 실용음악과를 만들고 대중음악 교육에 앞장서온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며칠 전에야 학기가 끝났다"며 "동영상 강의를 한다고 컴퓨터 앞에서 혼자 악기 치고 이야기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서야 숨을 고르고 공연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마자 자리한 그랜드 피아노에는 연필로 쓴 악보가 놓여 있었다.
데뷔한지 29년, 미국 버클리음대 유학파 1세대이자 국내 1세대 재즈 피아니스트로 '학교가는 길',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지구에서 온 편지', '아침', '썸머 레인' 등 수많은 피아노 곡을 작곡해 이미 거장으로 불리우는 그인데도 "나는 사실 스스로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저 지금도 내 직업은 '세션맨'인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아티스트로서 대하더라"며 "나는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김광민은 미국 유학시절 연습벌레로 불렸다. 1996년 졸업할 땐 음악적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 한해 3년에 한번씩 수여하는 버클리음대 공로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재즈 공부를 하고 피아노를 치면서 내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이 너무도 많았다"며 "오히려 그때 '내가 왜 매일 이런 음악을 치고 있지' 반문하고 어렸을 때 집에서 쳤던 피아노와 그때의 음악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자 그것이 내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광민에게 추구하는 음악의 스타일과 방향성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음악은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통해 나오는 것일뿐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마음을 비울 때 어느 순간 음악이 다가온다"며 "사람이 할 일은 결국 자신의 악기 앞에 오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중의 취향은 또 다른 문제다. 김광민은 "사람들은 결국 동요 같은 순수한 음악을 좋아하더라"며 "음반을 내는 것은 사실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 잘났다고만 내면 사람들에게 외면받는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신청곡을 모집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도 하고 있다"며 다음 콘서트 프로그램은 관객이 원하는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여름 시원한 바람과 같은 음악을 전달하기 위해 그는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공연 연습에 열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공연 이후에는 내년을 목표로 새로운 음반과 편곡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난 30여년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연주해온 그는 데뷔 3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조금 색다른 모습도 보여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늘 방 안 연습실에서 혼자 치던 곡들이 있다. 현대적이어서 사람들은 어쩌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저 이렇게만 인생을 마감하면 억울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어 색다른 것들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민은 "그간 발매한 앨범과는 결이 다른 작업을 하게 된다면 다른 활동명을 써서 프로젝트 음반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클래식 앙상블과 협연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하림·정재형 등 동료 음악인들과 협업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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