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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본 ‘기업가와 사업가’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9 17:41

수정 2020.07.10 17:08

[여의도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본 ‘기업가와 사업가’
"기업가와 사업가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를 구분해 사용하지 않고 같은 의미와 지위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을 장려한다면서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다." 국내 벤처 창업 1세대로 벤처창업 대선배로 알려진 반도체 관련장비 대표가 한 말이다.

우선 사전적 용어를 보자. 기업가(企業家)는 영리를 목적으로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고 경영하는 사람 또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비전, 추진력, 창의성 등을 이용해 기존에 없었던 새롭고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를 말한다.

사업가(事業家)는 보통 이윤을 목적으로 한 사업에서 일하는 사람, 더 구체적으로 말해 한 회사의 경영에 임하는 사람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에서도 같진 않다.

도식화하면 기업가는 '혁신→창업→성공'을, 사업가는 '기업설립→이익' 등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기업가와 사업가를 굳이 꺼낸 이유가 있다. 최근 들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에 대한 문제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유니콘 기업 하면 '혁신'으로 무장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을 보면 이윤 추구에만 급급하는 것 같아 보인다.

우선 유니콘 기업으로 알려진 배달의 민족이다.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 이를 두고 우리 민족이 이젠 '배달의 민족'이 아닌 '게르만 민족'이 되는 것이냐는 등 인터넷에서 우스개가 떠돌았다.

각설하고 DH는 국내 배달앱 2위인 '요기요'와 3위인 '배달통'의 최대주주다. 만약 '배달의 민족'까지 합쳐질 경우 대한민국 배달앱 시장의 99%를 장악하게 된다.

중소상인들과 노동·시민사회가 불공정행위 심화를 우려하면서 기업결합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미 배달의 민족은 지난 4월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면서 수수료 '꼼수' 인상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물론 철회되기는 했지만 수수료 인상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유니콘 기업 물류배달업체 쿠팡도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쿠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바로 물류센터 폐쇄를 하지 않아서 추가 확진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방한복과 안전화를 돌려쓰는 관행을 유지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부천 물류센터와 관련해서는 인천 확진자가 직업을 제대로 말하지 않아 역학조사가 늦어진 점도 있지만 방역수칙도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니콘 기업도 기업인데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맞는 이야기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맞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된 기업은 '기업가'를 대표하는 벤처기업의 로망인 유니콘 기업이 아닌 '사업가' 마인드인 일반 기업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유니콘 기업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은 탓일까. 대한민국 벤처기업에 '사업가'보다 '기업가'들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kjw@fnnews.com 강재웅 산업2부 차장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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