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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끊을게요"… 정의연이 부른 싸늘한 '기부 民心'

"내가 낸 후원금 제대로 쓰일까"
코로나경제 악화·비리 논란에
개인후원금 계좌 해지 줄이어
비영리단체 회계 투명화 필요

"후원 끊을게요"… 정의연이 부른 싸늘한 '기부 民心'
"후원 끊을게요"… 정의연이 부른 싸늘한 '기부 民心'

#. 7년 차 은행 직원 A씨는 지난주 만난 특별한 고객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0여곳의 단체에 자동이체로 기부를 하고 있다는 이 고객은 한 곳만 남기고 기부금을 모두 끊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계좌엔 월 5000원에서 3만원까지 자동이체가 되고 있었는데 일괄로 자동이체를 해지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고객은 자신이 후원하는 단체들이 회계를 투명하게 하지 않아 불만이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정의기억연대 사태가 빚어진 이후 비슷한 고객이 은행을 많이 찾는다고 털어놨다.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 논란 이후 적잖은 후원자가 공익단체 등에 기부를 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수의 단체 관계자가 개인후원금 해지가 줄을 이었다고 털어놓자, 이에 일부 단체는 후원금 사용내역을 투명화 하는 등의 시스템 보완을 통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신뢰도 하락··· 위기 빠진 공익단체


9일 본지가 비영리단체와 비영리사단법인 등 공익단체 여러 곳을 문의한 결과 상당 수의 단체에서 최근 몇 달 간 개인후원금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일부 비영리단체의 비리 논란 이후 신뢰가 떨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본금 1억 원 수준의 비영리단체의 관계자는 "케어(동물권 단체) 대표가 구한 동물을 안락사 시켰다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나 이번에 윤미향씨 사건이 나왔을 때 우리도 후원 해지가 일부지만 있었다"며 "이런 일이 터지면 전체 공익단체에 대한 신뢰문제로 이어져 타격을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후원자들의 응답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기준 기부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5.6%로 4명 중 1명만 기부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수치는 2011년 36.4%, 2013년 34.6%, 2015년 29.9%, 2017년 26.7%를 기록해 1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기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10년째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 1위를 차지했지만 그 비중은 꾸준히 줄고 있다. 2011년 62.6%에서 2019년 51.9%로 무려 10%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10여년 이상 빈곤단체 등에 후원해온 곽지영씨(35·여)는 "윤미향씨도 그렇고 케어 박소연 대표, 탈북자 단체, 옛날 어금니 아빠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내가 내는 후원금들은 제대로 쓰이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며 "예전보다 일자리도 불안하고 나 하나 살기도 팍팍한 세상인데 '남 좋은 일 그만 시키라'는 얘기를 들으면 기운이 확 꺾인다"고 말했다.

회계투명성 높이는 계기 삼기도


불신은 영세 공익단체의 활동에 큰 어려움을 야기한다. 규모가 큰 단체의 경우 상당한 금액의 정부 및 법인기부도 이어지지만 영세한 단체는 정부 등의 지원보다는 개인기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내 구호사업을 벌이는 한 군소단체 관계자는 "후원자를 받는 것 만큼이나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과제"라며 "인력도 재정도 넉넉한 단체들은 각종 홍보 등을 통해 후원자도 쉽게 모이는데 (우리 단체는) 어렵게 한 명씩 모은 후원자들이 다른 단체 문제로 떨어져나가면 힘이 꺾이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고자 노력하는 단체도 여럿이다. 단체를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하고 법인계좌를 통해서만 후원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불공정한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익활동을 진행 중인 단체의 관계자는 "기업이나 정부 지원도 못 받는 상황에서 상임활동가들 월급을 주기 위해선 후원금이 절실하다"며 "후원금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아서 조직을 사단법인으로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