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천 최대규모 길병원, 간호사 '나오데', '나오이' 근무 눈살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0 16:20

수정 2020.07.10 16:20

휴게 시간 부족해 간호사 기피 근무
국내 일류병원에선 발견하기 어려워
단협 금지에도 5월 최소 3차례 '발견'
병원 "퇴사, 결혼탓 임시조치일 뿐"
[파이낸셜뉴스] 인천 최대규모 병원인 가천대학교 길병원에서 단체협약을 위반한 강도 높은 노동이 진행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병동의 경우 2년차 이하 간호사 비율이 60%를 넘겨 경력 있는 간호사의 부담도 가중된다는 노조원들의 증언이 잇따른다.

병원 측은 단체협약을 어긴 사례는 간호사 퇴사와 결혼 등이 몰린 지난 5월에만 3차례 있었던 것으로, 노조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길병원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발표한 한 병동 5월 근무표. 해당 근무표엔 휴게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나오데', '나오이' 근무가 다수 포함됐다. 길병원 보건의료노조 제공.
길병원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발표한 한 병동 5월 근무표. 해당 근무표엔 휴게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나오데', '나오이' 근무가 다수 포함됐다. 길병원 보건의료노조 제공.

■길병원 노조, "단협 어긴 무리한 근무에 고통 커"
10일 확인한 길병원 한 병동 근무표엔 통상 ‘나오데’로 불리는 나이트-오프-데이 근무가 3차례 발생했다.
나오데는 병원과 노조 측의 단협에도 금지된 사항이지만 이 병원은 사전 노조와 합의 없이 이 같은 근무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근무표엔 금지된 나오데 외에도 한 달 동안 이틀 연속 쉰 적이 없는 간호사 사례, 단협상 금지사항은 아니지만 업무부담이 큰 나오이(나이트-오프-이브닝)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나오데’ 근무는 야간근무 이후 하루 쉰 뒤 주간근무를 들어가는 형태로 3교대 간호사들에게 악명이 높다. 밤 10시께 시작해 오전 7시께 마치는 나이트 근무 이후 퇴근해 다음날 아침 7시께부터 다시 근무에 들어가야 해 규칙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연차의 경우엔 업무를 전후해 준비해야 할 사항이 더욱 많아 쉬는 시간이 훨씬 적다는 말도 나온다.

대한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나오데 근무는 출퇴근 및 생리적시간 등을 고려할 때 온전히 24시간의 휴무를 받지 못한다"며 "피로가 누적돼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근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일시적 현상이란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그 병동 간호사 중에 퇴사하는 사람, 결혼하는 사람이 나와서 인력이 없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단협을 어긴 건 사실이지만 5월에 있었던 문제고 당사자에게도 동의를 구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본관과 암센터 등 5개 병동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으로 개관했다. 길병원은 이를 통해 환자 간병비 부담을 경감하고 보건의료의 질을 끌어올리는 좋은 제도를 선도적으로 시행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fnDB
가천대 길병원은 본관과 암센터 등 5개 병동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으로 개관했다. 길병원은 이를 통해 환자 간병비 부담을 경감하고 보건의료의 질을 끌어올리는 좋은 제도를 선도적으로 시행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fnDB

■신규 입사자가 태반··· "교육은 누가 시키나"
길병원 간호사들은 강도 높은 노동에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이 근무표를 제공하지 않아 근무자를 통해 어렵게 구했는데 (여기에) 간호사들이 처한 과도한 노동실태가 그대로 들어있다”며 “강도 높은 노동에 간호사들이 못 버티고 나가면 그 자리를 신규간호사로 채우고 있어 지금 병동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저연차 간호사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병동을 포함해 길병원 몇몇 병동은 2년차 이하 간호사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는 실정이다.

노조측에 따르면 A병동의 경우 34명의 간호사 중 2년차가 8명, 올해 신규입사자가 16명으로 2년차 이하가 70%를 넘었고, B병동은 32명의 간호사 가운데 2년차 4명, 신규입사자 16명으로 2년차 이하가 62%에 달했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 피해로 연결된다. 경력이 있는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의 몫까지 환자를 봐야해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길병원 한 관계자는 “연차가 짧은 간호사가 반을 넘다보니 선배가 챙겨줘야 하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간호사 한 명이 환자를 20명 넘게 보는 경우도 생기는데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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