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증거는 증거로 방어한다… 檢-대형로펌 '디지털 포렌식 전쟁' [법조 인사이트]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2 16:35

수정 2020.07.12 16:36

과학수사로 전환한 검찰수사
검언유착·n번방 핵심단서 확보
로펌은 의뢰인 보호 위해 맞대응
지평, 외부 전문기관과 업무협력
세종, 전문가 영입해 조직 확대
증거는 증거로 방어한다… 檢-대형로펌 '디지털 포렌식 전쟁' [법조 인사이트]

최근 디지털기기 사용의 일반화로 디지털 증거의 확보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에 대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동안 피의자 조사와 거짓말 탐지기 등을 통한 진술 확보에만 의존해왔던 검찰 수사가 과학 수사로 전환되면서 부실 수사 등 오판 비율을 최소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피의자 등 사건 관계자들의 혐의 입증에 혁혁한 성과를 내자 대형로펌들 또한 자체 포렌식 분석을 통한 법률적 방어에 사활을 거는 등 '포렌식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檢, 과학수사로 스모킹건 확보 추세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근래 범죄 수사의 정확한 분석과 사이버 범죄에 체계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과수부)와 주요 일선 고등검찰청 산하 디지털 포렌식 지원팀을 설치했다.

디지털 포렌식은 범죄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에 쓰이는 모든 정보의 복구와 암호 해독을 비롯해 수사와 관련한 과학적 수단과 방법·기술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통상 일선청 수사부는 현장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대검 과수부나 고검 산하 포렌식팀에 지원 요청을 하고 과학 수사 인력들과 함께 압수수색에 나선다. 주로 현장에서 수사진은 디지털 포렌식 장비로 컴퓨터·핸드폰·USB 등 압수물에 대한 이미징(복제) 작업을 하게 된다.

검찰은 사안에 따라 이미징 파일만, 또는 압수물도 모두 가져가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등에서 이미징 및 분석 작업을 하게 된다. 압수물 및 이미징 파일은 검찰 내부전산망에 증거로 저장되며 압수물 등은 결과가 상부에 보고된 뒤 보존 및 파쇄된다.

포렌식 증거 확보 방식은 컴퓨터 포렌식·모바일 포렌식·데이터베이스 포렌식 등이 있다. 컴퓨터 포렌식은 데스크탑·노트북·외장HDD·SSD·USB 등 디지털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및 삭제·변경된 내역을 복원하는 방법을 통해 중요한 디지털 증거를 획득 및 분석하는 방법이다. 모바일 포렌식은 모바일기기에 저장된 문자메시지·통화 내역·인터넷 기록·사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디지털 증거를 획득하고 분석하는 방법이다.

데이터베이스 포렌식은 기업·기관에서 활용하는 정보기반 시스템에 저장된 전자 정보(회계·e메일·전자결재·업무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전자정보의 삭제·변경된 내역을 복원하는 방법을 통해 디지털증거를 획득 및 분석하게 된다.

최근 검찰은 '검언유착' 의혹을 받는 채널A 기자·한모 검사장 핸드폰과 텔레그램 박사방·n번방 성착취 사건 피의자들의 핸드폰을 압수해 모바일 포렌식을 통해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 특히 성착취 피의자 간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단순 범죄가 아닌 체계적인 범죄단체 조직에 의한 범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검찰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 수사에도 컴퓨터·모바일 포렌식 기법을 동원해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로펌들, 檢 포렌식에 '체계적 방어'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증거 확보에 용이해지자 의뢰인들의 포렌식 대응 관련 요청이 대형로펌에 쇄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검찰이 대량의 압수물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의뢰인들의 방어권 행사 대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대형로펌들은 디지털 포렌식팀을 만들어 검찰의 과학 수사에 맞대응하고 있다.

주로 대형로펌의 포렌식팀은 검찰로부터 압수물 목록 및 이미징 파일을 받아 자체 포렌식 분석 작업을 하거나 검찰의 포렌식 작업을 참관해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대형로펌의 포렌식 분석 자료는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의 방어권 차원에서 소명 자료로 쓰이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 3월 '디지털 포렌식팀'을 출범한 뒤 압수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사생활 정보가 광범위하게 압수됐는지 철저히 확인해 의뢰인의 사생활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업무 체결한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로부터 분석 보고서를 받아 증거 자료를 법원 등에 제출해 법률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 최근 A기업 대표 등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 고소 대리 업무 수행과 관련, 대표·직원 휴대폰을 포렌식해 혐의 입증에 필요한 결정적 증거를 수집했다.

세종도 최근 기존의 디지털포렌식팀을 'e-디스커버리 포렌식팀'으로 확대 개편하고 전문가 영입을 통해 검경·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의 디지털포렌식 수사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세종에 따르면 최근 대량의 문서파일을 추출해 이를 분석하는 업무의 수요나 반부패 등 기업에 대한 내부조사 의뢰건도 증가하는 추세다.

세종은 △조선사 내부 감사 영업비밀 유출건 분석 △모기업에 대한 공정위 조사(담합)의 기업자료 분석 △해외 교민 성폭력 관련 고소 사건 등 혐의 증거 분석 △외국 기업의 내부조사 수행 등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화우는 국내 기업의 유리한 자료와 불리한 자료를 추출·분리 및 분석해 기업 고객들의 승소를 목표를 둔 '디스커버리 센터'를 국내 로펌 최초로 설립해 디지털포렌식팀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제1금융권과 증권사 등의 포렌식 작업을 도맡아 검찰의 전자정보목록과 동일한 파일을 모두 추출하고 검찰 수사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왔다.


특히 S저축은행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맡아 압수된 디지털 증거를 신속히 분석하고 검찰 조사에 철저히 대응했다는 게 화우 측 설명이다.

광장은 법인 내에서 포렌식 분석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분석 장비 및 분석 요원을 갖추고 있다.
광장 측은 "디지털포렌직팀이 보유한 최신 장비들이 있다"며 "이러한 도구를 통해 수사기관·공정위·금감원·국세청·관세청 등에 의한 포렌식 조사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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