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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야무진 손끝', 반지하를 아지트로 만들다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 수상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2 17:01

수정 2020.07.12 19:43

국무총리상 SH청년건축가 주도형 공간복지 프로젝트 
SH, 청년건축가 손잡고 도시재생
방치된 사회의 단면 반지하방, 마을에 꼭 필요한 SOC로 거듭
1이범현 성결대 교수(왼쪽 세번째)가 서울 성북구 정릉동 '고려주택'을 방문해 청년 건축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범현 교수
1이범현 성결대 교수(왼쪽 세번째)가 서울 성북구 정릉동 '고려주택'을 방문해 청년 건축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범현 교수
2주민 아카이브 공간이 된 서울 성북구 정릉동 정릉기지 SH제공
2주민 아카이브 공간이 된 서울 성북구 정릉동 정릉기지 SH제공
3실내가드닝 장소가 된 서울 양천구 목동 이너가든 SH제공
3실내가드닝 장소가 된 서울 양천구 목동 이너가든 SH제공
서울시 성북구 정릉로10길 11-14, 다동 B01호. 숨 쉬기도 벅찰 것 같았던 반지하 집이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났다. 이름하여 '정릉기지'다. 퀴퀴했던 반지하는 정릉기지란 이름으로 마을 아카이브 및 청년 코워킹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간 한 켠에 위치한 고려극장에선 영화제가 상영된다.
또 정릉동 상점에선 아카이빙 자료집을 제작한다. 공동주택 명패 디자인 활동 등 청년 공유작업실도 운영된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중앙북로20길 7-21, B01호. 용왕산과 공원, 양천교가 흐르는 이곳은 자연 친화적 특색을 살린 실내가드닝 장소로 재탄생했다. 가드닝에 관심 있는 주민들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가드닝을 키워드로 모인 커뮤니티 형성은 덤이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로 대변되는 '반지하'의 공간은 도시와 사회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반지하는 오랜 시간 도시 서민의 삶을 지탱하는 공간의 역할을 여전히 이어오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방치되고 외면 받는 공간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SH청년건축가 주도형 공간복지 프로젝트'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방치된 반지하공간을 매입해 새로운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공간으로 창출한 프로젝트다. 단순한 토목건축 프로젝트로서의 의미보다는 새로운 청년 일자리와 공간을 함께 창출하는 사업으로서 의미가 크다. SH가 가진 매입임대주택 중 반지하 공실 세대 중에 선정됐다.

SH는 도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을 공급, 관리해 오고 있다.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매입다가구주택'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은 1만2000여 가구 정도다. 더 이상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반지하 공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공간들은 누수, 결로, 곰팡이 등이 심해 주택으로 사용하기 부적합했다. 결국 SH 입장에선 폐쇄하거나 주택공급을 유보할 수 밖에 없었다. 노후한 공간은 당장 해결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공간을 활용할 경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SH는 청년건축가와 손잡았다. 기존에 다양한 도시재생과 지역 기여 활동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 청년 기업이 튜터로 참여했다. 청년건축가들의 기획, 설계, 공간운영 과정을 컨설팅하고 지역에 기여하는 청년들로 성장시키는 교육을 진행했다.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는데 참여한 청년건축가들은 설계공모전을 통하여 수상한 팀들을 대상으로 선발됐다. 이후 4개월여의 기간 동안의 교육 및 기획·설계과정을 진행했다. 6개 팀이 선정됐다. 6개의 작지만 가깝고, 마을에 꼭 필요한 공간을 직접 운영하면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반지하공간 활용 프로그램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 새로운 청년 네트워크가 만들어 지는 과정도 함께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버려진 반지하 공간이 새롭게 탈바꿈해 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활용됐다는 점 외에도 도시공간의 공유가치 창출과 공공기관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프로세스를 통해,전국적인 모델로 확산되어지길 기대해본다.

대한민국 국토대전은 우리나라 국토공간 조성의 트랜드를 알아보고 우리 일상을 평가하는 가장 권위 있는 행사다. 행사가 거듭되면서 작품선정의 공정성이 중요하며 실질적으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의 위기에서 '도시에서 버려진 공간의 활용'은 올해 특별주제로 위기의 공간을 새롭게 발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특별주제에 가장 적합한 버려진 임대주택의 활용 'SH청년건축가 주도형 공간복지 프로젝트'는 버려진 공간의 활용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생활SOC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지역에 기여하는 청년을 길러내는 새로운 도시재생의 모델서 아주 높은 의미를 갖는다. 올해로 12년을 맞은 대한민국 국토대전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 선정됐다.
앞으로도 이런 사업모델이 확산되고 우리나라 청년들의 미래가 밝아지길 기대해본다.

글·사진=이범현 성결대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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