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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측 위원 9명이 칼자루 쥔 최저임금… 年 10%씩 올렸는데 근거는 ‘베일속’ [이슈분석]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2 17:49

수정 2020.07.12 18:36

33년째 안 바뀐 최임위 결정체계
독립성 보장 불구 과정은 ‘깜깜이’
물가상승률 등 종합 고려하지만
지표 가중치 등 가이드라인 없어
노사 당사자 역할 강화할 필요도
올해는 코로나 감안 동결 바람직
정부측 위원 9명이 칼자루 쥔 최저임금… 年 10%씩 올렸는데 근거는 ‘베일속’ [이슈분석]

1988년 도입 후 33년간 요지부동인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돼야 할 시점을 맞았다.

노동 전문가들은 크게 기존 최저임금 결정체계 '구조'의 문제와 결정 과정에 대한 '공개와 설명'이 대거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각각 9명씩 27명의 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행 구조에서는 사실상 9명의 정부측 공익요원이 키를 쥐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독립성을 강화하고, 결정에 따른 책임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깜깜이'로 진행되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대한 공개와 설명을 바탕으로 국민의 공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을 반영해 인상 자제 혹은 물가 인상률 정도만 올리자는 '실질적 동결' 의견이 많았다.


최저임금 급등 신중론 대두


문재인정부 출범 후 지난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급격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고 공감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소득증가 혜택을 본 사람도 있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들도 적지 않다"며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기업이 34%, 적자를 낸 기업도 23.4%에 달했고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을 위해 2018년 16.4%, 2019년 10.9%를 올렸고 올해는 2.87% 올렸다. 3년간 평균 인상률은 10.06%로 문 정부 이전 3년 평균 인상률 7.5%와 비교해도 2.56%포인트 높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은 시장상황, 물가수준 및 경제성장률 등을 따져 전문적으로 인상률을 결정해야 하나 정치적인 고려를 중시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정치적 고려가 최저임금 상승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OECD 국가에서도 높은 편"이라며 "최저임금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들에서는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준수율이 낮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19년 1월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독일노총산하 정책연구기관(WSI)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43유로로 OECD 37개국 중 12위"라며 "최근 3년간 급격한 인상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중위임금 대비뿐만 아니라 평균임금 대비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정과정 깜깜이 깨고 투명화 시급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 시 고려 요소인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4가지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기준 개선안 관련,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했던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가지 지표들을 최저임금 결정에 얼마의 가중치를 두고 반영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결정과정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계위원과 근로자위원들은 각자가 유리한 통계를 들고 와 설명하지만 이를 최저임금 구간에 '어떻게' 반영하는지는 빠져 있다.

박 교수는 "금융통화위원회나 대법원 판결 등을 봐도 그 결정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투표 결과나 과정에 대한 설명이 따라붙는다"며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는 위원들의 주장과 이유에 대해 일정부분 공개하고 대신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예우와 임기 보장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현행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의 경우 위원들의 모두발언만 공개될 뿐 내부에서 어떤 자료와 수치들로 논의를 하는지는 언론에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 교수 역시 "4가지 결정 기준이 계량화되지 않고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하는데 사실상 각 결정기준의 적용 여부 및 정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의지가 작용하는데 외국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평균임금인상률 등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대한 이유와 투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포함한 대안들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노사 당사자 역할 강화가 바람직하며 이에 상응하게 공익위원의 역할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며 "공익위원을 전문가위원 내지 자문위원으로 지정하고 그 역할을 조사, 정보제공, 자문 등으로 한정해 노사위원만 의결권을 갖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독일이나 영국식 모델처럼 노사정이 각 3명씩 9명으로 구성해 토론과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세력 간 다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위원을 결정하기보다는 국회나 이해관계자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아 위촉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이진혁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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