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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사모업계, 라임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3 17:30

수정 2020.07.13 19:09

[여의도에서] 사모업계, 라임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파이낸셜뉴스] “단기간에 사모운용사 육성에만 혈안이 돼 관리감독을 제 때 못한 감독당국과 고수익 덫에만 정신이 팔려 운용사들을 검증하지 못한 판매사,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운용사들의 모랄해저드가 한 번에 터진 총체적 사건이다.”
최근 만난 한 사모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이른바 라임, 옵티머스, 젠투 사건 등으로 사모운용사 업계가 쑥대밭이 됐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5년 이후 사모운용사 진입 허들을 대폭 낮춘 이후 국내 사모운용 시장은 단기간 급성장했다. 지속되는 저금리에 고액 투자자들의 니즈를 맞춘 고수익 상품으로 증권, 은행 판매사들의 1순위 러브콜 상품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푼 규제는 결국 부메랑이 됐다.

사모 운용사 설립은 사전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고 최소 자본금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이후 다시 10억원으로 완화됐다.
2년 이상 경력이 요구됐던 운용인력 조건은 아예 없어졌다. 개인 최소 투자금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됐다.

결국 질적 성숙도는 '나 몰라라' 하고 푼 규제 완화로 인해 초대형 증권사들과 은행들은 일부 사모운용사들의 사기의 덫에 걸리고 만 것이다.

현행 규정상 운용사는 사모펀드 운용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사모펀드 판매사나 수탁사 역시 운용사의 펀드 내역을 감시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운용사가 맘을 먹고 속이면 판매사, 투자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실제 라임자산운용이 해외투자 자산의 부실을 뻔히 알고도 돌려막기식 운용을 하고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안전한 공공기관에 투자한다고 끌어모은 돈을 사채업자와 부실기업에 투자해 빼돌려도 알 방도가 없던 것이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렇다보니 판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옵티머스 펀드의 기초가 되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은 현행법과 제도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매출채권 발주처나 도급사 정보는 모두 운용사에서 관리하는데, 강제적으로 공개를 요청할 경우 OEM이슈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출채권을 확보해야 하는 운용사 입장에서 발주처와 도급사는 하늘 같은 존재인데, 이들 연락처를 판매사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연내 환매 연기 될 수 있는 사모운용 펀드가 아직도 여러 개 대기중이라는 괴담마저 떠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역시 규제완화로 인한 사모펀드 사각지대에서 이를 개선 할 여러 보완책을 내놓는 게 우선”이라며 “전수조사와 더불어 총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초 야심차게 자본시장의 모험자본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선수들의 리그가 사실상 한 편의 사기 드라마로 전락 할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일부 사모운용사들의 그릇 된 처사에 그간 운용 노하우로 필드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사모운용사들은 2차 피해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사모펀드업계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처지가 되지 않기 위해선 이제라도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재도약으로 삼아야 한다.
판매사들 역시 변화하는 상품에 대한 검증과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

실제 과거 바이코리아펀드, 인사이트펀드 사태 등을 거치면서 펀드업계도 서서히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운용사들의 검증과 상품 사후 관리에 철저히 잣대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 열심히 필드에서 뛰고 있는 운용사들을 옥석으로 가려 볼 때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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