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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중 유동자금 1경6190조원… 이 많은 돈 어디로 갈까, 좌불안석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3 18:09

수정 2020.07.13 18:09

정부 국채·기업 회사채 잇단 발행
소비·투자 실물 경제로 유입없이
주식·부동산으로 갈땐 버블 양산
【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의 유동성이 지난달 가파르게 증가하더니 1경619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통화당국은 이 뭉칫돈의 향방을 놓고 좌불안석이다. 유동성이 소비, 투자가 아닌 부동산과 증권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경우 또다시 거품경제가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버블에 대한 경고 목소리는 일본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3일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지난 6월 유동성 지표 중 하나인 M3(총유동성, 한국의 Lf에 해당)의 한달 평균 잔액은 전년동월 대비 5.9% 증가한 1442조6000억엔(약 1경6190조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율과 잔액 모두 2004년 4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통상적으로 일본의 월간 M3 증가율이 1~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팽창이 아닐 수 없다.

SMBC닛코 증권의 모리타 다로 수석금리전략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최근 통화량 급증에 대해 "리먼 사태를 비롯해 과거 경기침체기와 비교할 때 꽤나 극단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시중 유동성 팽창은 일본 정부의 돈풀기 정책, 기업의 여유자금 확보전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개인 1인당 10만엔씩 생계자금을 비롯해 기업에 무상 운전자금을 지원했다. 일본의 대기업들도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등 자금 모으기에 혈안이다.

위기시엔 돈풀기가 '정공법'이나 모든 처방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바로 유동성 함정과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다.

일본 정부의 돈풀기에도 경제주체들은 일단 돈 모으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당장은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로 유입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여 있던 돈의 향방이다. 실물경제가 아닌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돈이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흘러갈 경우 거품이 양산될 수 있다"며 통화당국이 긴장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말 국제금융안정보고서(GFSR) 수정판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주가 상승에 대해 "자산 가격이 실물경제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감을 표출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3월 당시 저점이었던 1만6552엔에서 별다른 호재가 없음에도 지난달 2만3000엔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한편, 일본의 총유동성을 구성하는 예금통화의 경우 6월 한달 평균 잔액이 무려 13.2% 증가했다. 지난 5월(10.1%)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현금통화 증가율도 5월(2.5%)보다 확대된 4.7%였다. 2017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제외한 광의통화(M2)도 7.2% 증가한 1104조6000억엔(약 1경2400조원)이다.

이 역시 사상 최고치 경신이다. 한국의 M2(지난 4월 말·한국은행)가 3018조6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M2 양이 약 4배 많은 것이다.
M2는 현금과 예금, 정기예적금,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금융채 등을 합친 것이다. 여기에 생명보험회사의 보험계약금, 증권 금융회사 예수금 등 금융기관 자금을 합친 게 M3다.


M3에 국채, 뮤추얼펀드 등 화폐에 비교적 가까운 금융자산을 더한 L(광의 유동성)도 4.4% 증가한 1888조9000억엔(약 2경1211조원)이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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