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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통화 3054조 역대급 증가에도… 실물경제는 '돈맥경화'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5 17:18

수정 2020.07.15 18:04

4월 34조·5월 35조4000억 늘어
두달 연속 '사상 최대치' 경신
초저금리에 기업 대출 늘렸지만
현금 쌓아두고 투자로 안 내보내
증시·부동산으로 쏠려 이상과열
시중통화 3054조 역대급 증가에도… 실물경제는 '돈맥경화'
코로나19 충격으로 통화량 증가폭이 2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재난극복을 위해 투입한 유동성이 시장에 대거 공급되면서 주식과 부동산에 '비이성적 과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부는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과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신속히 시행해 유동성 쏠림현상을 해소할 방침이다.

■M2, 역대 최고 수준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0년 5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5월 통화량(M2)은 3053조9000억원(계절조정계열 기준, 평잔)으로 전월 대비 1.2% 늘었다. 금액으로 보면 35조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처음으로 누적 잔액이 3000조원을 넘었는데 한달 만에 이를 다시 갈아치웠다.


M2란 현금, 요구불예금, 각종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만기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등 넓은 의미의 통화량을 보여주는 지표다. 유동성이 낮은 장기 금융상품은 제외된다.

5월 증가액 35조4000억원은 198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4월 당시에도 34조원이 늘어나면서 통계 편제 이후 최대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2개월 연속 사상 최대 규모로 시중 통화량이 늘어난 셈이다.

주체별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서 15조1000억원, 기업 14조6000억원, 기타금융기관에서 7조원씩 통화량이 늘었다.

상품별로는 요구불예금이 15조7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고, 입출금이 쉬운 금융상품인 MMF도 10조9000억원 증가했다. 일시적으로 돈을 거치하기 위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도 10조4000억원 확대됐다. 반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7조9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량 급증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부익부 빈익빈 막겠다"

문제는 통화 흐름이다. 통화유통속도를 보면 올 1·4분기 기준 0.64까지 떨어졌다. 한은이 통화량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통화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단위통화가 거래에 사용된 횟수를 의미한다. 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연 환산해 시중 통화량인 광의통화(M2)로 나눠 계산한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경제활력이 떨어지면서 소비나 투자로 돈이 흘러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유동성이 실물경제 활력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31조원의 자금이 SK바이오팜 공모에 몰리는 등 증시 주변자금으로 꼽히는 고객예탁금, 선물옵션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 매도잔액, 위탁자미수금, 신용거래융자, 예탁증권담보융자, MMF를 합한 수치는 지난 9일 기준 318조18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6일 사상 최대인 323조9800억원을 기록한 후 주춤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88조원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역시 6·17 대책 이후에도 시중의 유동성이 주택 매수로 이어지자 정부는 한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세금을 중과하는 7·10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는 넘치는 유동성이 필요한 곳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우량등급 위주의 자금 쏠림 등 유동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경계하고 있다"며 "유동성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기구에 대해 7월 중 매입을 개시할 방침이며,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프로그램도 이번 주 내로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할 계획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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