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동영상이 있다. 이 동영상에는 한밤중 중국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즈푸바오) 고객서비스센터로 걸려온 통화 내용이 담겨 있다. 전화를 건 남성은 서비스센터 직원에게 "가입한 이재상품(理財商品·금융투자상품)을 중도 해약할 수 있느냐"며 "해약 위약금을 내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남성이 한밤중에 전화한 이유 무엇일까. 이 남성은 상품 해약 이유를 묻는 직원의 물음에 멋쩍은 웃음소리를 내며 이렇게 답한다. "주식에 넣으려고 합니다"
코로나19발 글로벌 폭락장 이후 얼마나 많은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에 동학개미가 있다면 중국에는 부추가 있다.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한국에는 동학개미, 중국엔 부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글로벌 주식시장이 동반 폭락했다. 그러나 과거 위기 때 주식시장이 폭락한 이후 급반등했다는 학습효과는 세계 각국에서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개인투자자 주식 투자 열풍을 낳았다.
중국에선 개인투자자를 '부추'라고 부른다. 추위와 더위할 것 없이 생존력이 강한 부추를 개인투자자에 비유하는 것은 애석하게도 부추의 이같은 장점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관용어 중에는 '부추를 베다'라는 말이 있는데 중국 개인투자자를 칭하는 부추도 '베어지는' 대상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외국인, 기관 등의 세력에 의해 손해를 보는 '베어짐'을 당하더라도 또 다시 반복적으로 강세장마다 나타나 주식에 투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국증권등기결산유한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주식계좌수는 121만4100개로 3개월 연속 100만개를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3월에는 무려 189만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올들어 5월까지 누적 신규 주식계좌수가 570만개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최소 700만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이은 랠리로 중국 증시 거래대금 역시 폭증했다. 중국 증시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 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8거래일 연속 1조5000억위안(약 26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코스피·코스닥 합산 역대 하루 최고 거래대금이 30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90년대생이 이끄는 청년부추…"이번에야말로 살아남겠다"
중국 '부추' 중에서도 최근에는 90년대생을 필두로 한 '청년부추'가 중국 증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2030 젊은층 투자자가 증가한 국내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궈타이쥔안증권의 올해 상반기 신규 계좌 개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는데, 그중 '90후(90後·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의 비중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톈린 인허증권 연구원은 "90후 주식투자자들의 평균 투자자금은 5만위안으로 적은 편이지만 매우 적극적이고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 역시 매우 높다"며 "용감하게 리스크를 감당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의 청년부추들은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의 단체방을 통해 주로 의견을 교환한다. 우리로 치면 오픈카톡방에 해당한다. 이제 막 주식시장에 뛰어든 청년부추들은 베어지지 않겠다는 결연한 마음가짐을 갖고 주식을 시작했다.
◇부추들 고군분투에도…'악몽 재현될까' 공포
본인을 1995년생이라고 소개한 왕강은 현지 언론인 중국경제주간에 그동안 저축해둔 3만위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갓 1년이 되는 그가 전한 '청년부추의 투자생활'은 어떨까.
그는 현재 3개의 주식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웨이신 그룹에 속해있다고 설명한다. 2개의 그룹은 다른 사람의 초대로 가입한 이른바 '주식 투자 전문 소통방'이고 나머지 하나는 대학교 친구들끼리 만든 그룹이다. 왕 씨가 대학교 동문들과 개설한 그룹명의 이름은 '우리는 부추가 되기를 거부한다'고 한다.
왕 씨는 "서로에게 모두 욕심을 버리자고 말하면서 주가 상승폭이 3%가 되면 바로 매도하고 있다"며 "이름 없는 기업의 주식을 사지 않고 우량기업이나 중신(중국 1위 반도체 생산업체) 관련주를 주로 매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롭게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2015년의 '악몽'을 기억하는 이들은 5~6년마다 강세장이 오는 이유를 두고 '부추가 새로 자라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라는 뼈있는 말을 하기도 한다.
증시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빚투'를 일부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고, 중국 관영언론도 '완만한 강세장'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판허린 중국재정과학연구원 응용경제학 박사는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경제 지표를 발표하는 것을 두고 "상반기 경제 관련 지표가 자본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전염병은 물론이고 적지 않은 상장사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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