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업무 만족도 올리고 집값도 잡는다" 재택근무, 새로운 근무형태로 자리잡나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7 09:36

수정 2020.07.17 09:36

#.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스타트업 보맵은 최근 주1회 원격근무일인 '업무 집중데이'를 지정했다. 매주 수요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근무하며, 원격업무 시스템을 활용해 소통한다. 보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8주동안 진행한 재택근무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업무집중데이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 금천구 인프라웨어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하는 직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지난달 서울 금천구 인프라웨어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하는 직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로 만들어진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기업의 근무 형태까지 바꾸고 있다.
바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활성화다.

질병 확산을 최소화하고자 어쩔 수 없이 도입한 한시적인 재택근무였지만,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오피스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16일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의 67.7%가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택근무를 원하는 이유로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을 덜어서(72.1%, 복수응답)가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돼서(47.2%) △편안한 분위기와 복장으로 일해 효율이 높아서(36.4%) 등의 이유가 꼽혔다.

■스타트업만의 문화? 대기업도 도입 중
자유로운 근무체계는 스타트업 등 작고 유연한 조직만이 쓸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대기업들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4월부터 상시 유연근무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주사인 SK㈜ 등은 직원 각자가 근무시간을 설계하는 '스마트 워크' 체제를 도입했다. SK텔레콤도 '상시 디지털 워크'를 도입해, 자율적으로 근무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5월부터 계열사 부서장에게 자율적으로 재택근무 규모와 일정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재택근무 장단점을 파악해 보완한 후 실무 부서장 재량에 따라 직원들의 유연한 근무를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롯데지주는 5월 하순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 1회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도 일부 본부에서 재택근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에 폭넓게 확산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 등 근무환경의 변화를 일시적인 것이 아닌 장기적인 트렌드라고 인식하고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근로 52% 재택가능.. 집값도 잡는다"
우리나라 보다 '코로나 쇼크'가 심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 CNBC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가 재택근무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재택근무로 바뀔 수 있을까. 영국 옥스퍼드대의 한 연구진은 "미국 전체 일자리의 절반(52%)이 재택 근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월세 등 집값도 안정화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트위터·페이스북·구글 등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장기간 재택·원격근무에 들어가자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의 방 한 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1년 전보다 11.8% 하락했다. 2개월 연속 하락세이자 월간 하락 폭으로 사상 최대치이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원격·재택 근무는 더욱 확산하고 이로 인한 파급 효과도 부동산을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중기 격차, 보안문제 등은 선결과제
재택근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는 추세지만, 선결과제도 만만치 않다. 재택근무가 일종의 복지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기업이나 직군에 따라 새로운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람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은 지난 3월 기준 22.8%였다. 그러나 기업형태별로 보면 대기업(41%), 중견기업(27.6%), 중소기업(18.2%) 순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2배 이상이다.

또한 대면 접촉이 잦은 현장직일수록 재택근무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무직 비중이 높은 △금융·보험(73.3%) △정보통신(58.8%) △석유·화학(55.6%) △전기·전자(50.0%) 업종에선 재택근무가 활발히 이뤄진 반면 △기계·철강(14.3%) △건설(20.8%) △제조(29.7%)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보안문제도 거론된다. 보안 솔루션기업 이스트시큐리티에 따르면, 원격근무를 하는 직장인 중 개인 기기를 업무에 사용하는 비율은 83.4%,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업무 관련 문서를 ‘단순히 개인 PC에 저장(27.3%)’하거나 ‘USB 등 별도 저장장치에 백업(23.7%)’ 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5명 중 1명(20.7%)는 ‘회사가 제공한 백신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설치 여부를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기업 문서에 대한 보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유연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언택트 기술과 인프라 발전 속도를 법적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기술과 제도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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