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금값 올라도 금은방은 운다" 침울한 종로 귀금속 거리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9 15:06

수정 2020.07.19 15:27

금값 연일 고공행진에 소비자 끊긴 금은방 "매출 40% 감소"
업계 전반으로 이어진 소비 둔화…유통업자는 '전멸'
금은방의 딜레마 "금값 올랐다고 처분하면 장사는 뭐로 하나"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 위치한 한 금은방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 위치한 한 금은방 /사진=윤홍집 기자
"금값이 비싼데 누가 금을 사러 옵니까"
19일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서 만난 한 금은방 업주의 목소리는 시큰둥했다. 금값이 연일 상승하면서 소위 금은방들이 호황일 거라는 생각은 틀렸다는 것이다. 이 업주는 "매장을 처분하지 않는 한 금값이 오른다고 해서 좋을 게 없다"라며 "결혼식 등이 줄고 금의 소비형태로 바뀌면서 이대로 가면 도매, 소매, 유통, 공장 모두 굶어 죽을 판"이라고 되레 한숨을 쉬었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 소재한 금은방. 업주 조모씨는 "금값이 내려야 금은방이 산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 소재한 금은방. 업주 조모씨는 "금값이 내려야 금은방이 산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윤홍집 기자

"금값 오르면 금은방 웃는다(?)…모르는 소리"

이날 방문한 종로구 귀금속 거리 일대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안전자산인 금값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금의 유통 흐름이 막혔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1kg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이 7만원을 돌파했다. 금값이 떨어져야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30여년간 금은방 업계에 종사했다는 A씨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40%나 감소했다"라며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니까 아무도 금을 사러 오지 않는다. 금을 팔러 오는 사람은 있지만 시세가 정해져 있어서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26년차 금은방 업주 조모씨는 이번 금값 상승이 전례에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금값에도 주기적인 흐름이 있다"면서 "업자들은 금값이 떨어질 때 물건을 들여놓는데, 이번에는 예상과 달리 금값이 떨어지지 않아서 물건을 들여놓는 시기를 놓쳤다"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들여놓으면 판매가도 상승해서 손님들이 잘 찾지 않는다"고 했다.

'금테크' 열풍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귀금속 거리가 수혜를 보지 못하는 것은 결혼반지 대신 '골드바'를 선호하는 최근 젊은이들의 취향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재판매하기 좋은 골드바를 사고, 금을 장신구, 기념품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종로 금은방을 찾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귀금속 거리 업주들도 "환금성이 좋은 순도 99.99% 골드바가 인기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귀금속 제작 공장.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귀금속 제작 공장. /사진=윤홍집 기자

금 소비 위축에 유통·재료·제작업체 줄줄이 '눈물'


금 소비 위축 등으로 유통 흐름이 둔화되면서 일선 소매업체에서 물건이 팔리지 않자 유통은 물론 재료, 제작공장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특히 업계에서 이른바 '나카마'라고 불리는 중간 유통업자는 밥줄 끊긴 신세가 됐다. 이들은 도·소매업자와 공장을 연결하며 수수료를 받는데 소비가 줄면서 주문도 사라진 것.

8년간 중간 유통업자로 종로를 누빈 최모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이 연기되고 금값이 오르자 유통업자는 전멸했다"라며 "우리 같은 보따리상은 몇 달만 금 시장이 막혀도 직격탄을 맞는다. 과거에는 중국업자와 연결해 돈을 벌었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막혔다"고 토로했다.

상황은 제작공장도 다르지 않다. 과거 주 6일간 가동됐던 제작공장은 현재 3~4일 근무할 정도로 위촉된 상황이다.
근무일수가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임금은 삭감됐고, 일부 공장주들은 직원을 감원했다.

38년간 금품 제작 공장을 꾸려 온 50대 이모씨는 "10개를 만들어 유통해도 시장에서 팔리는 건 2~3개 남짓"이라며 "금거래가 활발하다는 건 골드바나 갖고 있는 큰 손들의 얘기지 우리 같은 업자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공장 관계자 김모씨는 "한동안 정부 지원금도 받고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줘서 버텼지만 이제부터는 지원도 없다"라며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고 말끝을 흐렸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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