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기사회생' 이재명, 與당권·대권 돌풍될까[정치인사이드]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8 09:25

수정 2020.07.18 09:25

당권 변수-대권 상수 역할
이낙연-김부겸, '이재명 끌어안기' 나서
선명성 강점-안티 이재명 약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사회생했다. 지난 16일 대법원이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그의 정치적 발걸음에도 힘이 붙게 됐다.

무엇보다 이 지사가 '자유의 몸'이 됨에 따라 차기 당권과 대권 판세도 요동칠 전망이다. 강한 결집력을 갖춘 '이재명 지지층'의 선택에 따라 여권의 권력구도도 출렁일 수 있어서다.


■이낙연-김부겸 '이재명 러브콜', 당권 변수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차기 민주당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이재명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 의원은 SNS를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이 지사와 경기도민들께 축하드린다"면서 "이 지사는 여러 부담과 고통을 감당하시며 경기도민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오셨다. 이 지사께서 이끌어 오신 경기도정에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국난극복과 한국판 뉴딜 등의 성공을 위해 이 지사와 함께 손잡고 일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 역시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이 파기 환송으로 났다.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은 천만다행한 날"이라며 "앞으로 이 지사와 함께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두 당권 주자 모두 '이재명과 함께하는 정치'를 내세우며 이재명 지지층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이 지사는 당 내 주류인 친노·친문과는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있다. 특히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하며 확실한 비주류의 길로 접어 들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확고한 결집력을 보유한 지지층과 국민적 인지도를 갖추고 있다. 그의 저력은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당 내 경선에서 친문핵심 전해철 의원을 꺽으며 증명됐다. '영남연대론' 등 이 지사를 변수로 한 다양한 '당권 시나리오'가 등장하는 이유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당원들은 차기 대권주자에게 상처를 내지 않으면서도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며 "이 지사 지지층의 움직임이 생각 이상으로 강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선 이낙연 의원(오른쪽)과 김부겸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끌어안기'에 나섰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선 이낙연 의원(오른쪽)과 김부겸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끌어안기'에 나섰다. 뉴스1
■'선명성'vs'안티 이재명', 대권 상수
이 지사는 2년 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권에선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엔 이 지사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2위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들도 발표됐다. 당권과 대권 모두 '이낙연 대세론'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 지사의 정치적 폭발력이 검증대에 오른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 지사가 '이낙연 대세론과 양강구도를 대항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쿠키뉴스 의뢰,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조사기간 7월 4·6·7일, 한길리서치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범여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는 이낙연 28.8%, 이재명 20.0%로 조사됐다. 두 사람 간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것이다.

이 의원은 정책 선명성이 가장 큰 강점이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신천지에 대한 행정명령 발동, 기본소득제 주장 등 '이재명표 정치'를 확실히 보여줬다. 그는 최근 발표된 전국 시도지사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안티 이재명'은 그가 넘어야할 숙제다. 당 안팎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도덕성 시비를 방어하고 정책의 급진성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범진보 진영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친문을 대적할 정치 세력 규합은 난제 중의 난제다.

결국 이 지사가 얼마나, 어떻게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서느냐에 따라 파도의 높이도 달라질 전망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이 지사는 결집력과 안티 모두가 강하게 작용하는 캐릭터"라며 "이 지사는 어떤 세력의 눈치를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강점이자 약점인 그 지점을 어떻게 펼쳐 낼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친노·친문 진영과 정치적 대척점에 서게 됐다. 범진보 진영 주류인 친노·친문을 뛰어넘는 세규합은 그에게 남겨진 숙제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친노·친문 진영과 정치적 대척점에 서게 됐다.
범진보 진영 주류인 친노·친문을 뛰어넘는 세규합은 그에게 남겨진 숙제다. 뉴스1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