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르포]'청춘' 겨냥한 이마트 신촌점…개점 첫 주말 '2030 질주' 없었다

뉴스1

입력 2020.07.20 07:50

수정 2020.07.22 07:49

19일 오전 9시50분 이마트 신촌점 지하 입구(왼쪽) 앞에 소비자 10명이 개점 시각을 기다리고 있다. 신촌점 지상 입구(오른쪽)에는 대기자가 없이 텅 비었다. 이마트 신촌점은 이날 오픈 후 첫 일요일 영업을 시작했다.2020.7.19/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19일 오전 9시50분 이마트 신촌점 지하 입구(왼쪽) 앞에 소비자 10명이 개점 시각을 기다리고 있다. 신촌점 지상 입구(오른쪽)에는 대기자가 없이 텅 비었다. 이마트 신촌점은 이날 오픈 후 첫 일요일 영업을 시작했다.2020.7.19/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19일 오전 10시 이마트 신촌점을 찾은 쇼핑객들이 할인 중인 냉동 삼겹살을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2020.7.19./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19일 오전 10시 이마트 신촌점을 찾은 쇼핑객들이 할인 중인 냉동 삼겹살을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2020.7.19./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19일 낮 12시 이마트 신촌점 지하 2층 주류 매장이 한산하다.(왼쪽) 소규모 그로서리 매장을 방문한 20대 소비자 커플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2020.7.19/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19일 낮 12시 이마트 신촌점 지하 2층 주류 매장이 한산하다.(왼쪽) 소규모 그로서리 매장을 방문한 20대 소비자 커플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2020.7.19/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와인하고 밀키트를 보긴 했는데…. 가격 보고 내려놨어요"

주말인 19일 서울 이마트 신촌점을 찾은 대학생 이모씨(23·여)는 "동네에 대형마트가 생겨서 반갑다"면서도 "밀키트나 과일, 와인은 비싸서 못 샀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씨의 장바구니 안에는 돼지고기 2팩과 라면 2봉지만 들어 있었다.

'이마트 신촌점'이 첫발부터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16일 개점 후 첫 주말을 맞았지만 오픈 당일 놀이동산처럼 길게 늘어섰던 '오픈런 대기줄'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마트가 신촌 대학가에 사는 2030 '젊은 소비자'를 잡겠다며 야심차게 선보인 밀키트·와인·소포장 그로서리 매장은 썰렁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대신 마트를 채운 5060 소비자는 할인 상품인 '돼지고기'를 향해 앞다퉈 달려갔다.

◇주말 '오픈런'族 20명으로 '뚝'…10명 중 9명은 5060세대

"고기 사러 왔지. 어제 줄이 너무 길어서 오늘 일찍 나왔는데, 아무도 없네"

이날 오전 9시30분 이마트 신촌점에 가장 먼저 도착한 조모씨(68·여)는 "비가 와서 그런가, 어제는 저쪽까지 줄이 길었는데"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 조씨가 도착한 매장 입구는 사흘 내내 수백명이 몰리며 장사진을 이뤘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개장 10분 전까지 조씨를 비롯한 인근 주민 네 명만 입구를 서성였다.

지하 입구인 신촌역 7·8번 연결통로 앞에도 개점을 기다리는 '오픈런'족(族)은 20여명에 그쳤다. 아침 장대비는 이미 잦아들었지만, 오전 10시까지 모여든 소비자는 30명을 한참 밑돌았다.

대기줄은 대부분 5060세대 주부들로 채워졌다. 신촌지역 2030세대 인구비중은 40%에 육박하지만, 이른 아침 이마트를 찾은 젊은 고객은 단 3명(13%)에 불과했다. '2030세대 오픈 러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전 10시 문이 열리자 쇼핑객들은 지하 1층 신선식품 매장으로 내달렸다. 100g당 1380원짜리 오픈 특가 삼겹살이 목표다. 정육 코너에 몰린 사람들은 한 손에 2~3팩씩 삼겹살을 집어 들었다. 틈새에 다리를 넣어 비집고 들어가 '득템'하는 주부도 있었다.

삼겹살 4팩을 장바구니에 담고 흐뭇한 표정으로 계산대로 향하던 주부 김모씨(54·여)는 "금요일(17일)에 와서 두 팩 샀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며 "오늘 장은 다 봤다"라는 말을 남긴 뒤 계산대로 종종걸음쳤다.

◇2030 특화 매장은 '텅텅'…쇼핑객은 '돼지고기'로 몰렸다

반면 '와이너리'(Winery)가 마련된 지하 2층 주류 매장과 지하 1층 밀키트, 소규모 그로서리(식료품·grocery)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젊은 소비자들은 이따금 '하루과일' 사과나 토마토를 집어 들었지만, 밀키트 진열대는 힐끗 눈을 돌렸다가 지나치기 일쑤였다. 한 남성 소비자는 한참 동안 밀키트 진열대를 노려보다가 빈손으로 자리를 뜨기도 했다.

지하 2층 주류 매장도 썰렁한 공기만 감돌았다. 오후 점심시간에도 주류 매장을 찾은 2030세대 고객은 한두 명 보일 정도였다. 같은 시각 삼겹살이 있는 위층 신선식품 매장은 여전히 북적였다.

신촌점은 '코로나 시국'에도 나흘 연속 개점 전부터 소비자가 몰리며 관심을 받았지만, 애초 이마트가 겨냥한 '2030세대 공략'과는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이마트 신촌점은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처음 문을 연 대형마트이자, 대학가 신촌에 생긴 최초의 대형마트다. 이마트 자체적으로는 1년7개월, 대형마트 3사를 통틀어 1년6개월 만에 신규 출점한 점포여서 기대를 모았다.

이마트는 신촌점을 설계할 때부터 2030 소비자를 타깃으로 정했다. 옛 그랜드플라자 건물의 좁은 면적을 상당 부분 '소규모 그로서리 MD 매장'에 할애했다. 계산대도 젊은 소비자에게 맞춘 '무인 계산대'로 꾸몄다. 신촌의 젊은 소비자와 1~2인 가구 입맛을 공략한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하지만 신촌점을 찾은 2030세대 소비자의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왔다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주류 매장과 밀키트 코너를 찾았다가 가격대가 있어서 두고 나왔다"며 "대학생이나 경제력이 약한 청년에게는 고민되는 가격"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한모씨(29·여)도 "깔끔한 대형마트가 생겨서 일주일에 한 번쯤은 들를 것 같다"면서도 "할인할 때가 아니라면 생필품이나 라면 정도만 살 수 있지 않겠냐"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마트 '청춘 공략' 通할까…"가치·윤리소비 자극해야"

시장 수요가 온라인으로 휩쓸린 '포스트코로나'에서 신규 출점을 택한 이마트의 '역발상'은 신촌 청춘 소비자의 발길을 모을 수 있을까.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전망이 갈린다.

유통업계는 이마트 '청춘 마케팅'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5060세대와 달리 자유로운 쇼핑을 선호하는 2030세대의 소비 행태를 고려하면, 당장 반응이 없어도 장기적으로는 충성 고객층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는 5060세대 비해 '개점 효과'가 덜 먹히는 소비자"라며 "남들이 살 때 사고, 남들이 갈 때 가기보다 자신이 필요할 때 쇼핑을 즐기는 행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포장 과일이나 간편식, 와인은 1인 가구나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품목"이라며 "장기적으로 기분 내킬 때 매장을 찾았다가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젊은 고객을 사로잡을 '특별한 마케팅'이 없다면 온라인 쇼핑이 익숙한 2030세대 소비자를 끌어오기 어렵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세대의 발길을 잡으려면 가격 전략 외에 '가치소비'나 '윤리소비' 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추가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젊은 소비자가 중시하는 '가심비' 소비나 '친환경' 마케팅을 펼쳐야 입맛을 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젊은 소비자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은 매우 높고 비탄력적"이라며 "클릭 몇 번이면 다음날 상품이 오는데, 온라인보다 가격 차이가 없다면 구태여 매장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자상거래 이용 현황과 구매 형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전자상거래 경험률은 각각 84%, 85.2%에 달한다. 반면 50대와 60대의 경험률은 57%, 27.2%로 낮다.


이 교수는 "자칫 2030세대와 5060세대 모두에게 외면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2030세대에게 가격이나 상품 외에 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