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0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6개월 지점을 42.195㎞ 거리의 마라톤 10㎞ 구간에 비유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만큼 걸맞은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마라톤을 뛰는 데 이제 10㎞ 정도 오지 않았나 싶다"면서 "이 10㎞를 100m 달리기를 전력질주하듯 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장기전에 대비해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대응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지난 1월 20일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다음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 국내 유입 후 6개월이 됐는데 본부장 소회, 언제가 위기였고 앞으로 유행 양성을 어떻게 예측하나.
▶6개월에 별도로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이다 보니 처음부터 모든 대응 체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개인적인 느낌은 마라톤을 뛰는데 한 10㎞ 정도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데 그 10㎞를 100m 달리기로 전력 질주한 것 같다.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대응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위기로는 대구 신천지(예수회 집단감염) 사건이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대응 체계를 준비 중인 단계에서 대규모 유행을 맞아 큰 혼란이 있었다. 많은 노인이 숨졌고, 응급실에서 사망한 사례도 나왔다. 그때가 가장 위기였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생활치료센터와 전국 보건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의료 대응을 같이 해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 대구·경북 시민, 국민께 감사하다.
유행 양상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지 장기적인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대비책은 개인적인 방역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사회적인 방역, 역학조사와 환자관리, 검사 등 역학적인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지난 6개월 동안 질병관리본부와 본부장이 국민들로부터 응원을 받았는데, 근황을 알려달라.
▶국민께서 방역당국에게 신뢰를 보내주신 게 가장 큰 보람이다. (국민들이) 많은 예방수칙을 잘 지켰고 믿어줬다. 개인적으로는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고, 방대본도 많은 인력을 보강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많은 국민께서 격려편지와 지원 물품을 보내줬다. 그동안 성원해 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역삼동 V빌딩과 한화생명 연관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코로나19 6개월을 맞았는데 어떤 심정인가.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 한화생명 일부 확진자가 서울 역삼동 V빌딩을 이전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했다. V빌딩에서 시작한 감염이 한화생명 관련 집단발생까지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2개(역삼동 V빌딩과 한화생명)를 하나로 묶어서 강남구 사무실 관련으로 말한 것이다.
시급하게 준비할 부분은 의료적인 대응이다. 여전히 중환자 대응역량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간호인력을 확충하는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중환자 대응을 위한 병상, 의료장비 그리고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교육해야 환자가 많이 발생해도 대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확진자) 접촉자 조사와 격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열심히 유행 규모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인력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대응 체계를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지,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보고 있다. 정보 시스템도 고치고 (확진자를) 추적하는 인력도 확충하겠다. 장기전에 대비한 지속 가능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게 두 번째로 중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고, 개인이 코로나19로부터 노출되는 것을 막는 개인방역과 사회방역이다. 학교와 종교시설, 식당, PC방, 노래방, 각각의 장소에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방역수칙을 정착시키고, 모두가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지 새로운 문화와 제도,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오늘부터 공공시설이 문을 열었다.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도전이고 숙제다. 모두가 다 함께 노력해야만 봉쇄하지 않고 그 시설을 안전하게 이용한다. 생활방역을 정착화하는 부분, 크게 세 가지가 중요한 과제다.
-서울 강서구 요양시설에서 확진자 9명이 나왔는데, 지표환자(첫 환자)와 연령대를 알려달라, V빌딩과 한화생명 시작점은 V빌딩으로 봐도 되는 것인가, 거짓말에 의해 역학조사가 골든타임을 놓쳤을 때 감염자가 몇 배 늘어나는지 설명해달라.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 강서구 요양시설 이용자 9명이 현재까지 확진된 것으로 확인했다. 어제 통계에 반영한 1명이 시설 이용자이고, 80대 남성이다. 맨 먼저 확인한 내용이며,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역학조사팀이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생명 확진자 2명이 V빌딩을 이전에 방문했다. 그래서 V빌딩에서 시작한 감염이 한화생명까지 연결됐다.
거짓 진술로 전파가 확산된 대표적인 사례는 인천 학원강사다. (거짓 진술로 인해) 접촉자 확인이 지연되고 (2차감염·3차감염으로 이어지는) N차감염이 생긴다. 거짓말에 의한 코로나19 확산 규모를 계량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코로나19가 무증상 때도 전파되고, 잠복기가 짧아 조사 기간을 단축해야 N차감염을 줄일 수 있다.
-정은경 본부장이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학술지에 실렸는데, 내용을 보면 등교수업을 하지 않는 게 가정 내 감염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등교수업을 안 했기 때문에 가구 내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고 장기간 제한된 가정이라는 공간에서는 가족 내 전파율이 항상 높다. 단지 등교수업이나 온라인 수업을 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학교 내 전파를 일정 부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5월 13일까지 발생한 확진자 중 신천지 환자를 제외한 5700여명에 대한 접촉자 5만9000명으로부터 몇 명 정도의 접촉자 규모가 있었다. 또 접촉자 중 몇 명이 확진됐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분석 결과, 가정 내 발병률 11.8%, 지역사회 접촉자는 1.9% 정도다. 100명 중 2명 정도가 확진된 비율이다. 나이를 보면 가구 내에서 10대 그리고 70대, 60대가 상당히 지표환자(첫 환자)일 경우 가구 내 발병률이 높았다. 그 이유는 가족 간의 밀접한 접촉이 많이 일어나고, 보호나 관리를 위해 많은 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연령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발병률은 70대, 80대, 60대가 높았고, 10대가 조금 낮게 나왔다. 10대가 낮게 나온 건 그 당시에 등교수업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노출 자체가 적었다. 지역사회 발병률에서 60대~70대가 높은 이유는 요양시설이나 요양원 등 집단생활 시설에서 노출이 많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족 내 전파율에서 10대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이며, 서울 관악구 사무실 역학조사 내용을 자세히 알려달라.
▶10대 (코로나19) 노출은 지역사회냐, 가족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가정 내 노출은 어느 연령층이든 위험하다. 밀접한 가족 간의 관계다 보니 마스크를 착용, 손 위생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10대 특성 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어느 환경에서 방역수칙 준수하느냐가 위험도를 결정한다. 연령별 (방역수칙) 준수율이 다를 수 있다.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 관악구 사무실은 성격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사례다. 어떤 1명으로 중심으로 추가적인 방문자와 그 모임에서 접촉이 있었던 걸 확인했다. 해당 모임은 어떤 물품을 판매하거나 식사도 있을 수 있다. 특정한 방문판매 업체로 설명하기 어렵고, 지인 간의 소모임을 통한 집단발생 건으로 묶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