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이인영 후보자의 '살라미 전술'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0 17:54

수정 2020.07.20 17:54

[기자수첩] 이인영 후보자의 '살라미 전술'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23일)를 앞두고 야권의 관심은 온통 후보자의 아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쏠리고 있다. '86그룹' 정치인 출신의 통일부 장관 발탁으로 당초엔 그의 이념관과 안보관에 더 관심이 쏠렸지만 현재는 가족사를 둘러싼 의혹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족사 파헤치기는 과거에도 국회 인사청문회의 대표적 악습으로 불린 사안이다.

지난해 8월 이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족청문회' 양상으로 흘러가는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능력검증은 상실된 채 가족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저열한 공세"라고 꼬집었다.
그의 말처럼 공직자의 가족 관련 의혹을 살피는 것은 도덕성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마녀사냥식 사생활 들추기가 되는 순간 '필요악'이 된다.

다만 이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청문회를 대하는 태도는 야당의 태도와는 별개로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4선 국회의원으로서 '가족청문회'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가 아들 관련 여러 의혹에도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아들 유학자금 출처로 시작된 야권의 공세에 이 후보자 측과 통일부는 자료제출 공방을 거친 후 지난 16일부터 부분적·순차적으로 해명을 내놓고 있다. 자료를 제시하며 적극 대응하는 듯하지만 청문회 전까지 아들로 '이슈몰이'하는 형국에 묻어가며 시간을 끄는 듯하다.

한 번에 논란을 잠재우기보다는 관련자료를 하나둘 꺼내어 놓는 방식은 북한의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을 떠오르게 한다.


살라미 전술은 협상 중 한 번에 목표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부분별로 세분화해 쟁점화함으로써 차례로 각각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술이다. 북한이 핵협상에 나설 때 경제적 보상을 얻어내기 위해 주로 사용해온 방식이다.


청문회 당일까지 검증의 핵심 논점이 '아들'로 향할 경우 이번 청문회도 정책과 자질 검증은 사실상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ming@fnnews.com 전민경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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