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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규제 위주 기후변화 대응 개선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1 17:20

수정 2020.07.21 17:20

[여의나루] 규제 위주 기후변화 대응 개선을
현재 지구촌은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속도가 산업화 이전의 100배에 이르면서 2017년 공기 중 농도는 환경학자들이 넘어서는 안 된다는 400PPM을 넘어 411PPM에 이르렀다. 500PPM에 이르는 경우 온도는 5도, 해수면은 40m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교토체제 출범 이후 세계 각국의 갖은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는 오히려 더 많이 배출됐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일방적 규제 확대보다는 사람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는 특정 행동을 기피하게 하지만 바람직한 행동의 확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주로 규제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왔다. 유럽 일부 국가나 미국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시행하는 규제까지 도입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규제 강국이 됐다. 문제는 규제 위주 대응은 기업 경쟁력 약화와 그로 인한 기업의 자체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약화할 뿐만 아니라 특정 규제만 이행하면 된다는 인식을 기업에 확산시킴으로써 자발성과 창의성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한편 규제 불이행 대가로 민간으로부터 징수한 자금을 공공부문에서 사용하는 것이 이를 민간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효과적일지도 의문이다.

평균 연비/온실가스 규제의 경우 승용차 1㎞ 주행당 2020년 탄소배출량을 유럽연합(EU)은 95g, 일본 110g, 미국은 116g을 허용한 반면 우리는 EU와 유사한 97g만 허용하는데 이 규제로 인해 금년에만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3700억원의 과징금을 부담할 전망이다. 이로 인한 매출감소가 기업의 연구역량 약화로 이어진다면 그만큼 기업 자체 기후변화 대응역량은 위축될 것이다.

한편 정부는 2050년 저탄소 발전전략을 마련하면서 내연기관 판매금지 선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업의 자발성 측면에서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시도는 내연기관차의 친환경차 변신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 혁신을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사용 전주기로 볼 때 전기 생산단계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전기동력차에 비해 탄소배출을 더 줄일 수 있는 내연기관차 관련 기술혁신의 싹을 잘라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립성과 개방성을 견지해야 한다는 세계자동차협회 입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EU와 우리만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을 늘려갈 계획이다. 무상할당기준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무상할당을 적용받는 적지 않은 업종이 유상할당 업종으로 전환될 전망인 바 유상할당으로 거둬들인 돈으로 환경부는 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설비 설치나 기술개발 등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 돈을 공공부문에서 쓰는 것이 민간에서 쓰는 경우보다 효과적일까? 효과 검증이 쉽지 않을 것이다. 민간투자 구축효과뿐만 아니라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공공부문의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대응은 자발성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수소경제 구현은 선진국 정책 모방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기업 혁신활동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전개돼 왔다. 외국도 우리 경험을 학습하는 상황이다. 요지는 기업의 정상적 이윤추구 활동의 결과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상세한 분야까지 규정을 만들어 규제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규정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도 막대한 행정비용이 낭비된다. 한편 이런 규정들이 빠르게 전개되는 혁신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혁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대전환을 기대해본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前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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