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가상자산 투자자도 납세자 된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1 17:20

수정 2020.07.21 17:20

[이구순의 느린 걸음] 가상자산 투자자도 납세자 된다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일정금액 이상 투자수익을 얻으면 세금을 내게 된다. 투자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은 생기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금 납부가 그동안 일각에서 암흑의 세계로 치부하던 가상자산 투자를 정상적 투자수단으로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될 테니 반가운 생각도 든다.

세금을 내는 국민은 정부에 요구할 권리가 생긴다. 정부는 납세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 내년부터 납세자가 되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요구에 정부는 더 이상 묵묵부답하면 안된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세금을 징벌처럼 느끼도록 하면 안된다.


당장 세금을 낼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대책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내년 3월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정부가 정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거래소에 자금을 넣어둔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게 뻔하다.

이미 전문가들은 영세거래소에 맡겨둔 투자금을 미리 챙겨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피해가 눈앞에 보이는 이 문제에 정부가 손놓고 있으면 안된다. 미리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파악해 투자자들의 돈을 돌려주지 않는 거래소에 대한 처벌대책을 미리 만들어 거래소들이 먹튀할 생각을 못하도록 해줘야 한다.

가상자산산업 활성화 대책도 세금 받는 정부의 몫이다. 경기가 나빠 증시가 침체되면 정부가 나서 부양책을 만들 듯 가상자산산업도 활성화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업들이 날개 펴고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세금 내는 투자자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덜하게 될 테니 말이다.

또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불공평한 세금을 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세금정책을 촘촘히 다듬는 것도 정부의 숙제다. 당장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주식투자에 비해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세금이 과하다고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개인끼리 주고받는 가상자산이나 해외거래소에서 거래한 가상자산에는 어떻게 세금 매길 것이냐는 의구심도 있다. 얼마 전 주식투자 수익에 세금을 매긴다는 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책을 다시 생각하도록 지시했다. 세금을 거둘 요량이면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공평에 대한 불만도 무시하면 안된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유독 젊다. 부동산이나 대기업 주식 투자는 엄두를 못 내는 청년들이 가상자산 투자 시장에 많다. 이들이 투자수익을 얻고, 세금을 내는 것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주면 좋겠다.
젊은 시절부터 정부가 세금만 뜯어가면서 뭐 하나 해주는 것 없다는 불만을 쌓지 않도록 해줬으면 한다.

그동안 세금 부과방법을 만드느라 고민했던 정부가 이제부터는 납세자가 되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고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집중해 줬으면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 내는 것 달가워할 사람은 없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납세자로서 마땅히 보호받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도록 정책을 다듬어 줬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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