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성은 기자 = '인천의 한 가정집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은 대체 어디서 알을 까고 나왔을까.'
21일 환경부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수돗물 유충 사태의 진원지로 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활성탄지)를 지목했다. 깔따구는 몸길이 1㎝ 크기로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날개 달린 곤충이다. 웅덩이나 저수지에 알을 낳으면 부화해 빨간 실지렁이 모양의 유충이 된다.
정부는 이러한 깔따구 성충이 정수장의 활성탄지에 알을 낳으면서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가 불거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실 활성탄지는 수돗물의 안좋은 맛과 냄새를 없애기 위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이라 거치지 않아도 그만이다.
기존의 표준처리공정은 혼화→응집→침전→여과→소독 공정을 거친다. 고도처리정수장은 정수처리 마무리 단계인 여과 부분에 입상활성탄 공정을 추가했다. 목재, 톱밥, 석탄 등을 태워 흡착력을 높인 활성탄을 이용한 이 공정을 거치면 기존의 표준처리공정에서 제거하기 어려운 미량의 유해물질을 없앨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활성탄지가 개방돼 있다보니 외부에서 깔따구 성충이 날아들어 알을 낳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정수장 내 활성탄지에서 부화한 깔따구 유충이 걸러지지 않은 채 배수지와 수도관을 거쳐 인천의 가정집까지 흘러 들어가면서 이번 사태가 터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물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 기껏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활성탄지에 때 아닌 불청객이 찾아든 셈이다. 환경부가 이번에 활성탄지가 설치된 정수장 49곳을 대상으로 먼저 긴급점검을 실시한 배경이다.
환경부는 이 가운데 '수돗물 유충' 민원 지역인 인천 공촌·부평정수장을 포함해 경기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의령 화정 등 총 7곳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만 환경부는 "인천 이외의 지역은 활성탄지 표층에서 유충이 발견되었지만 정수장 후단 배수지와 수용가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아울러 이번 점검 과정에서 방충망 설치와 창문 파손 여부도 같이 확인했다. 깔따구 성충이 활성탄지로 날아올 가능성이 있는지를 점검한 것이다. 그 결과 12개소에 대해 '미흡' 판정을 내리고 오는 23일까지 보완조치를 완료하도록 지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도정수처리시설 과정에서 활성탄지에 깔따구 등 생물체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방충관리 등을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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