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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무리한 기소에 300조 투자 '공염불'되나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2 17:43

수정 2020.07.22 18:15

[현장클릭] 무리한 기소에 300조 투자 '공염불'되나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로 붕괴된 우리 경제는 곳곳에서 물이 새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있다.

망가진 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해선 녹슨 톱니바퀴에 기름칠을 하듯 투자가 답이다. 투자는 온전히 정부의 몫은 아니다. 경제에 핏기를 돌게 하려면 민간의 투자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어려운 위기때마다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그 중심에 삼성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1년여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2018년 2월 복귀한 뒤 마치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2018년 8월 6일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을 만났다. 김 부총리는 이날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일자리만 생긴다면 광화문에서 춤이라도 추겠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틀 뒤 삼성은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4월에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에 화답해 정부가 내놓은 투자금액이 향후 10년간 1조 원인 걸 보면 삼성의 투자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만하다.

정부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한 것이라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이 자금은 긴급한 경제의 혈맥을 뚫는데 요긴하게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8개월간 31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부회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총수인 그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면 삼성의 어느 누구도 이런 결정을 내릴 순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 부회장은 또 다른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있다. 검찰이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이르면 이번 주 중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내놓겠다니 봐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미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 중단 의견을 검찰 수사팀에 권고했다. 학계, 민간의 수많은 법률 전문가들도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기소 결정을 한다면 이는 검찰의 '아집'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공백이 생긴 1년간 삼성은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총수의 부재는 현상 유지도 버거울 정도의 치명타였다.

이번에 기소되면 최소 5년간 지리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 기간 동안 삼성의 경영은 또 다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현상 유지도 힘든데 대규모 투자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삼성이 투자하기로 한 자금은 313조원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필요한 건 투자다.
검찰의 자존심 때문에 경제 회복의 기회를 날려서는 안될 것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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