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한 HIF 프로젝트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3 16:35

수정 2020.07.23 16:35

[기고]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한 HIF 프로젝트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우리 모두의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을 포함한 많은 소외계층 인구의 상황은 더욱 처참합니다. 각국의 의료복지법과 보건제도가 어떤 면에서 더 개선됐더라면 현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까요. 신약개발과 홍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건강영향기금(HIF·Health Impact Fund)이 앞으로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제약시장은 현재 매년 1조4300억달러의 규모이며, 세계 총생산(GWP)의 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8000억달러, 즉 세계 제약 소비의 55%는 유명 상표의 제품들이며, 주로 특허등록이 된 약품들입니다.

WTO는 모든 회원국이 신약의 특허권을 20년간 보호해 줄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특허권 덕분에 제약회사들은 임시적 독점권을 얻어 경쟁 대상 없이 신약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특허권의 보호 아래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비용을 크게 상회하는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만성C형 간염 치료제인 하보니(Harvoni)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치료기간 12주 기준 9만4500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나 실제 생산 비용은 약 68달러 정도로 생산가와 판매가 100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물론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에는 매년 1890억달러 규모의 R&D 비용을 제하고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가격이 책정돼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향후 제약 R&D 투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현행 시스템이 과연 최선인가라는 부분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총 세 가지 측면에서 조명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가격 책정시 예상되는 높은 수익성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병들을 등한시할 수 있습니다. 비싼 약물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은 소비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부유하고 충분한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주요 타깃이 되므로, 앞서 언급한 하보니처럼 이익이 최대로 창출될 수 있는 가격이 책정되곤 합니다. 셋째, 현행 시스템 아래에서는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과 유통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약물의 치료적 가치와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HIF는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HIF에 등록되는 신약은 제조 및 유통 비용을 초과하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으며, 동시에 제약회사들은 해당 약물이 창출한 연간 건강 이익에 따라 보상금을 얻을 수 있습니다.

HIF를 연간 30억달러 규모로 시작한다는 가정 하에 등록된 약품들이 첫 10년간 약 25~3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자금은 HIF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정부들이 각 국가의 GDP에 비례해 조달하거나 온실가스 배출, 투기적 금융 거래에 대한 국제 세금을 통해 조달될 수 있습니다.

HIF는 현행 시스템 상으로는 수익성이 없던 R&D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제약회사들에 동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의 건강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가 더욱 번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질병들에 대해 심도 있고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으며, 더 효과적으로 개입하고 빠르게 선별 대응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출 수 있게 될 것입니다. HIF이 진작 형성되었더라면 코로나19 팬데믹에 맞는 약물을 더 많이 개발하고 제공할 수 있었겠죠.

HIF는 판매량에 따라서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 이익을 평가해서 보상금을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업이 병원, 보험사, 의사, 그리고 환자들에게 자사의 약물을 사용하게 강제하거나 수익성이 높은 약물만 사용하도록 강요할 수 없게 됩니다.

HIF가 성공하기 위해선 신약 개발자가 자신의 약품이 치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또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 전체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치료 요법과 진단술, 약물 흡수율 등을 모두 고려하고, 치료 중 예상되는 방해 요인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환자들이 효과적인 복용법에 대해 교육받고 있는지, 적절한 가격에 약물을 제공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질병에 이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신약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병의 예상 피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질병들의 경우에는 이런 기준점이 잘 정립돼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에는 질병의 확산과 감염 환자들의 증상 등에 대한 가시적 자료를 기반으로 상승 궤적을 예상하는 모델링 훈련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변수 아래 팬데믹이 실질적으로 어떤 피해를 발생시킬지에 대해선 당연히 의견이 분분하고 부정확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IF는 신약 개발자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HIF는 효과적이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약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이면서도 질병 대응에 발생하는 사회 및 개인의 전반적인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약 개발에 집중하게 만들 것입니다.

토마스 포게 미국 예일대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