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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한 번 든 적 없던 엔지니어, 국내 대표 여성 심사역 되다 [벤투인 스토리]

황유선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부사장
55개 벤처에 1570억 투자 집행
뷰웍스에 투자, 5배 수익률 내기도

적금 한 번 든 적 없던 엔지니어, 국내 대표 여성 심사역 되다 [벤투인 스토리]
황유선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부사장 사진=박범준 기자
벤처붐 초창기인 2000년대 초 여성 심사역의 불모지였던 벤처캐피털(VC)에 입문해 현재 업계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있다. 황유선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부사장이다. VC역사의 산증인으로 제2세대 벤처캐피털리스트 중 현재까지 활동하는 몇 안되는 국내 여성 심사역이다.

투자는 '사람' 봐야


지난 26일 만난 황 부사장은 투자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기업 대표의 됨됨이를 꼽았다.

황부사장은 "VC업계에서 투자 능력은 사람을 잘 보는 능력"이라며 "경영진이 뭐가 부족한지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투자자에게 숨기면 투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황 부사장은 대부분 기술기반 제조 벤처기업에 투자를 해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업체는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 제조기업 '뷰웍스'다. 지난 2006년 20억원을 투자했다. 상장 후 2010년 5.8배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회수했다. 투자 당시 100억원내외의 뷰웍스의 기업가치는 현재 3600억원을 넘는다. 황 부사장은 "경영진이 너무 훌륭했다. 대표님은 지금까지 개발을 하고 기술 영업을 한다. 최고의 엔지니어"라며 "이 회사에 투자 못하면 VC 자격이 없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기술을 전공한 황 부사장은 지난 2000년 삼성벤처투자에 입사했다. 황 부사장은 "그때까지 은행 적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완전 '공순이'였다"며 "투자에 관심이 없어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나중에 입사후 들어보니 '돈에 관심이 없어서 널 뽑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첫 회의 때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해 회계원리 책을 사서 한몸처럼 지냈다. 이후 황부사장은 55개의 벤처기업에 157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중 40개 기업에 회수를 완료했고, 나머지도 회수하면 20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황 부사장은 업계의 여성심사역 비중이 여전히 작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황 부사장은 "최근 여성 심사역이 늘고 있지만 등록된 전문 심사역 중 여성비율은 6.9% 수준"이라며 "4조원이 넘는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여성 심사역 비중이 아직도 너무 작다"고 강조했다.

산업발전의 첨병 사명감


황 부사장에겐 올해가 중요한 해다. 투자기업 중 10곳이 올해 회수를 앞두고 있어서다. 그는 "연초에 코로나 사태로 걱정이 컸는데 대부분 기업들이 계획대로 성장하고 있다"며 "유동성이 풀리면서 증권시장도 나쁘지 않다. 벤처투자 시장도 안정적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부사장은 "코로나19가 산업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면서도 "VC업계의 전반적인 펀드 실적은 개선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황 부사장은 여전히 실무까지 챙기는 임원이다.
아직도 엑셀 작업을 하고 계약서도 직접 쓴다. 그녀는 "임직원들이 모든 걸 바쳐 키운 기업에 투자를 하는건데 그들의 동반자인 VC가 허투루 일해선 안 된다"며 "일 할수록 겸손해진다"고 밝혔다. 다만, "존경하는 VC 선배들이 '한국 산업 발전의 첨병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라'는 이야기를 아직도 가슴 속에 새겨놓는다"며 "벤처기업에 작은 도움을 주고 큰 보람을 얻는 심사역으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