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채권에 뭉칫돈, 금리 사상최저… 유동성, 은행금고로 유턴 [길잃은 유동성]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7 17:41

수정 2020.07.27 19:46

5년 이하 단기물 금리 사상최저
미중갈등·코로나 불확실성 여전
채권에 뭉칫돈, 금리 사상최저… 유동성, 은행금고로 유턴 [길잃은 유동성]
코로나19 확산 기조 속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5년물 이하의 단기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 금리를 끌어내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대, 미·중 분쟁에 국고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지난 23일 각각 0.798%, 1.048%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같은 날 1년물 금리는 0.672%를 찍은 후 24일 0.671%로 사상 최저점을 다시 갈아치웠다. 한 달 이상 0.79%에서 꿈쩍 않던 CD 91일물 금리도 23일 0.78%로 떨어졌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글로벌 경기 위축, 국내 실업 장기화로 잠재성장률 하락 위험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3.3% 역성장했고 전년동기 대비로도 2.9%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 1·4분기에 이어 2·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풍부한 유동성은 실물경기 회복 기울기가 완만해질 것을 대비, 위험자산보다 채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시장이 예상한 3·4분기 채권 금리 반등 경로는 7월부터 다시 확산된 코로나19 부담으로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채권형펀드에도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동안 국내 채권형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2678억원(7월 24일 기준)에 달한다. 같은 기간 1조815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국내 주식형펀드와 대조를 이룬다.

외국인의 원화채 매수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 잔액은 이달 149조원을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비중도 7.5%를 가리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재정거래 유인이 지속된 데다 국가 신용등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및 원화 강세가 예상되면서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코스콤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동일한 신용도(AA급)를 보유한 영국의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3월 말 연 0.35%였으나 이달 26일 기준 0.142%로 하락했다.
대만의 10년물 금리도 연 0.485%에서 0.42%로 소폭 내렸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551%에서 1.305%로 하락했다.
AA급 국가의 국고채 10년물 금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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