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6년간 '달러 천하' 코로나로 몰락, 빠진 돈은 금과 증시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8 14:01

수정 2020.07.28 14:30

마스크를 쓴 미국 달러.로이터뉴스1
마스크를 쓴 미국 달러.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6년간 강세를 보였던 미국 달러 가치가 코로나19 창궐과 그에 따른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2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투자자들은 달러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금이나 주식으로 흘러들고 있다며 투자 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고 내다봤다.

미 경제매체 CNBC는 27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금 시장과 증시 호황이 모두 달러 약세와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 6대 통화 대비 상대적인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93.668을 기록해 2018년 7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수는 7월 한 달 만에 3.77% 내려가 월간 기준으로 2011년 4월(3.85%)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이달 들어 유로와 엔에 비해 각각 4.9%, 2.5%씩 내려갔다.


달러 지수는 2014년 4월에 79 언저리에서 급등해 지난 3월 코로나19의 세계적대유행(팬데믹) 이전까지 강세를 유지했다. 다국적 금융사 엑산티의 옌스 노드바그 최고경영자(CEO)는 "달러는 지난 6년간 강세였고 이제야 조정이 시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의 원인으로 미 정부의 정책과 경제 상황을 꼽았다. 미 정부는 코로나19 대비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지난해 10월~올해 6월 사이 9개월간 2조7400억달러(약 3284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에 가깝게 낮추고 국채 등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재개를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미 국채를 사들여 정부의 빚을 인수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시장에는 새 돈을 찍어낸 것처럼 달러가 넘쳐났다. 노드바그 CEO는 투자자들이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물가상승 조짐을 눈치 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팬데믹 상황이 타국보다 심각하고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달러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달러 약세를 포착한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염두에 두고 다른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렸다. 국제 금 가격은 27일 온스(31.1g)당 1931달러로 장을 마쳐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날 이른바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가격도 일시적으로 개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CNBC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지수 또한 이달 4.2% 급등했다며 달러 약세가 수출기업에도 이익을 주기 때문에 증시 역시 달러 약세의 혜택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CNBC는 지금 같은 달러 약세가 당분간 계속된다고 분석했다.
11월 미국 대선은 아직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달러 약세를 멈추기는 힘들 전망이다. 미 투자사 베녹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만약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세금이 오를 것이고 달러 보유 매력이 더욱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챈들러 전략가는 미국의 금리가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영역으로 가고 있다며 달러 현금보다 금을 찾는 투자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