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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코로나 시대의 부동산 해법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8 17:19

수정 2020.07.28 17:19

[여의나루] 코로나 시대의 부동산 해법
최근 온 나라가 부동산 문제 때문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상황이 어려운데도 상반기 주택거래량이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2006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서울의 집값 상승은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들은 노무현정부에 이어 2번째로 높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이생집망'이라는 서민들의 곡소리는 거리로 나왔다.

고전적 도시경제학의 입찰지대(Bid-rent) 이론에 따르면 도심지는 접근성이 좋고 교통비 부담이 적기 때문에 토지 이용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임대료가 높다. 경제가 성장하면 도심에 직장을 둔 서민들은 늘어나는 주거비용 부담 때문에 주택난에 봉착하게 되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일반적인 정부의 역할은 외곽지역에 대규모 주택단지나 신도시를 건설해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리고, 도로와 철도와 같은 교통시설을 공급해 외곽 이전에 따른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며, 주택의 질보다 교통비 부담이나 시간에 민감한 서민을 위해서는 도심지 주변에 임대주택을 공급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중심을 투기근절을 통한 집값 잡기라는 수요 억제에 뒀고, 수단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와 조지 오웰의 지대개혁설에 근거한 양도세와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징벌적 과세를 동원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전투 상대는 신자유주의 금융시장의 승자들이 주축인 금융자본가들이다. 이들은 정부가 아무리 목을 조여도 주식을 팔거나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하거나 또는 집안에 쌓아둔 현금으로 시장에 진입한다. 이들과 벌이는 전투에서 정부는 '야생거위쫓기(Wild-goose chase)'와 같이 허망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고 현재까지 결과도 그렇다.

관심을 해외 시장으로 돌리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수도권과 유사한 환경을 가진 도시의 부동산 시장에서 상반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테슬라, 페이스북, 구글 등 최고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배후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시장은 재택근무제 확대로 직장인들이 주거비용이 낮은 외곽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6월 임대료가 1년 새 12%나 하락했다. 이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전례가 없다. 반면 중국에서는 경제회복을 위해 풀린 유동자금이 인프라 환경이 뛰어난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시의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올해 3~6월 사이에 집값이 무려 8% 이상 상승했다. 선전시의 양도세·종부세 강화 등 강력한 수요억제책에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부동산으로 투자가 몰린 결과다.

뛰어난 인프라와 예정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글로벌 수준의 경제혁신 역량, 풍부한 유동성과 초저금리, 안전자산으로 부동산 선호도 등을 감안할 때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은 넘친다.
앞서 유사한 환경의 해외 두 도시의 사례를 보면서 코로나 시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규제 중심적 방식을 지양하고,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 등 효과가 빠른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해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유연근무제에 대한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500대 기업 75%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한국판 뉴딜에도 중소기업의 유연근무를 촉진하기 위한 디지털 인프라 지원방안이 이미 포함돼 있다.
관련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기업의 원격근무 도입 장애요인들을 제거하고, 전염병 감염 우려가 낮은 지역에 신규 주택을 공급하며 해당 지역 교육·생활 여건을 개선하도록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前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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