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희토류 vs 헬륨… 美-中 '자원전쟁' 위기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8 17:45

수정 2020.07.28 17:48

美, 희토류 생산 확대·채굴 지원 등 나서
中, 헬륨 생산공장 가동했지만 태부족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희토류와 헬륨 등을 이용한 자원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면 미국은 헬륨으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희토류는 미국의 스마트폰·전기차 배터리·미사일·F-35전투기 등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며 헬륨은 중국의 '우주굴기'와 '반도체 자립'에 필수 소재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과학원은 닝샤 후이족 자치구 옌츠에 설립한 헬륨 공장을 지난 21일부터 본격 가동했다.

중국에서 사용되는 헬륨 대부분은 미국이나 미국 소유의 제3국 공장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여기서 탈피해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미국은 전 세계 헬륨 매장량의 3분의 1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중국은 올해 안에 우주정거장을 세운 뒤 2045년 세계 최고의 우주 강국이 되겠다는 우주굴기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또 미국의 압박에 맞서 반도체 자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이 달·화성 탐사 로켓을 쏘아 올리거나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헬륨의 안정적 공급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상황에 따라 헬륨이 자원이 아니라 무기로 바뀌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 미국은 헬륨을 전략 물자로 취급하고 있으며 고갈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과 수출량을 모두 줄이는 추세다. 이미 미국은 자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제재해 화웨이 등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SCMP는 "지난해 헬륨 가격이 2배 이상으로 뛰었다"면서 "최근 무역전쟁 등 미중 갈등이 헬륨 가격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중국이 자체적인 헬륨 생산에 나선 것은 이를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중국의 연간 헬륨 소비량이 4300t인데 비해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20t 수준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미국산보다 헬륨 농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고민이다.

따라서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정부 지원 등을 이용해 공장을 여러 개 건설하면 10년 후 헬륨 생산량을 수요에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역시 중국의 희토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해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의 중요 광물 생산을 대폭 확대하는 법안이 미 국회에 제출됐고 미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청문회에선 희토류 채굴에 관한 연구 보고서와 보조금 지원책, 산업 협동조합 설립, 우주 채굴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중국도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분쟁을 겪을 때 희토류를 무기로 꺼내든 전력이 있다. 미국은 한 해 1만t의 희토류를 수입하며 이중 약 80%가 중국산이다.
SCMP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공급을 끊을 경우 미국은 헬륨 수출 금지로 보복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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