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 아이 키우는 데 온 마을 필요하다… 해법은'아동친화도시' [저출생 시대 '돌봄'은 사회로부터]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8 17:47

수정 2020.07.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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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또래집단과 어울려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환경 중요
보행안전·놀이·문화공간 확보 등
지역사회가 부모의 손 덜어줘야
한 아이 키우는 데 온 마을 필요하다… 해법은'아동친화도시' [저출생 시대 '돌봄'은 사회로부터]
"놀이터 가려면 버스 2번, 택시 1번 타야 해요."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은 쓰레기가 매일 쌓여 있고 어두워요. 놀러가는 곳은 없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은 최근 아이들과 함께 자신들이 사는 동네의 모습과 평소 다니는 길을 직접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동네의 화분을 그린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그림은 차, 건널목과 학교, 집과 같은 건물들 정도만 표현했다. 놀이터나 도서관 등 스스로 찾아가 놀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경전문가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은 "아동들이 경험하는 도시는 스스로 안전하게 다닐 수 없는 모습"이라며 "안전을 넘어서 아동들이 마음껏 다닐 수 있는 도시가 돼야 돌봄에 대한 부모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아동이 스스로를 돌보는 환경


2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아동친화도시와 관련된 학제 간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도시건축뿐 아니라 아동학과나 사회학과, 건축과 조경 등 여러 분야에서 법·제도 등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니세프가 정의하는 아동친화도시는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정신을 실천하는 지역사회를 의미한다. 특히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5개 목표 중 '생활, 놀이,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함'이라는 5번째 목표에 집중했다.

우리나라도 2013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설립 이후 현재까지 90개 도시가 아동친화도시를 추진 중이다. 42개 도시가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동친화도시 국내 법과 제도, 사업은 주로 '보행안전'과 '자전거 이용' 등 안전과 관련한 이슈에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넘어서 아동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주요 길은 차량의 위험이 없고, 놀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많을 뿐 아니라 그런 시설들이 모여 있는 도시 등을 뜻한다.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단순하게 방과후교실이나 지역 아동센터 등 아동이 실내로 가야 하는 돌봄은 소극적 개념"이라며 "아동친화도시는 아동이 지역사회의 보호 속에 또래집단과 어울리고 스스로를 돌보는 적극적인 개념의 돌봄"이라고 말했다.

해외는 이미 정착 "지역사회 돌봄"


아동친화도시는 저출생과 육아와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안전과 시설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모들은 아이를 내보내는 일이 불안해지고, 차로 데리러 오가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 여러 부담을 느끼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아동친화도시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정책제안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벨기에는 플란더스 지방에서 이미 2009년부터 '잘 노는 동네'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아동들이 모든 공공공간에서 놀 수 있고, 학교와 방과후교실 등이 안전한 네트워크로 연결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앤트워프시는 아이들과 청소년이 직접 참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데 사용하는 경로와 이런 경로를 안전하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조치도 마련했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지역은 2008년과 2016년 '바깥놀이공간'이라는 정책으로 놀이공간의 질과 디자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 확대했다. 독일 베를린은 인구 1인당 놀이터 1㎡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구별 놀이터 계획' 정책을 수립했다.

우리나라 역시 3기 신도시 등에 이런 아동친화도시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제대로 된 개념 정착을 위해선 아동들의 목소리와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 소장은 "그동안 신도시 계획이 경제적인 가치에 밀려 아동의 목소리는 늘 뒷전이었다"며 "지역사회 돌봄을 실현하기 위해 아동의 목소리, 최소한 어른이 대변하는 아동의 입장이라도 도시 건설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공공기관들이 1층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위해 공간을 개방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일종의 지역사회 돌봄시스템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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