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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눈감았다면 '숨은 가해자'… 방조 혐의도 처벌수위 높여야 [아동학대 더이상은 안된다]

<2부> 뻥 뚫린 제도 인프라
2.법적기준은 아직도 솜방망이
가해자 처벌수준 강화됐지만
방조죄에 대한 적확한 기준 미흡
개인일탈 범죄로 보는 시선도 여전
사회적 시스템 개선 필요성 커져
10월부터 지자체가 직접 실태조사

알고도 눈감았다면 '숨은 가해자'… 방조 혐의도 처벌수위 높여야 [아동학대 더이상은 안된다]
해가 바뀔수록 아동학대 건수가 늘면서 강력한 처벌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많은 언론에서 대서특필될 만큼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아동학대 범죄자들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문제를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법적 문제, 사회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강력한 법적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아동학대 양형 약하다는 지적…개선 중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약 1만8700건이던 아동학대 범죄는 2018년 2만4904건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출산율 저하 등으로 아동인구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증가세는 가파르다.

최근에는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 등에서 전 국민을 분노케 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관심은 자연스레 법적 처벌로 옮겨갔다.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한 검찰의 구형 그리고 법원의 양형에 이목이 집중됐다.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목소리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판례와 양형기준 등에 따라 공정한 법의 심판을 내린다고 해도 국민의 분노와 법 감정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외 선진국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덩달아 제기됐다.

국민의 원성이 이어지자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꾸준한 고심을 거듭하며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새로운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최근엔 국민의 법 감정을 온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수준의 양형과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년 전만 해도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에서 정상참작이나 감경사유 적용이 많아 지적이 잇따랐고, 이후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며 "그 결과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에 비해 판사·검사 등 법 집행자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됐고 양형기준 역시 엄청난 개선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문가들의 시선은 방조자에 대한 처벌기준 마련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동학대 직접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반해 아동학대 방조에 대한 처벌기준은 명확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동학대 범죄 주변인의 경우 가정폭력 피해자일 수도 혹은 아동학대 방조자일 수도 있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적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 방조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모든 범죄의 방조자는 함께 처벌을 받고 있는 만큼 아동학대 범죄에 있어서도 가해자와 방조자,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해 기준에 맞는 법적 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일탈인가, 시스템 문제인가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한 적확한 양형과 처벌이 이뤄진다 해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아동학대 범죄를 '개인의 일탈'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경찰과 검찰에서의 수사, 법정에서의 공방, 선고 확정 이후의 형 집행 과정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이 같은 범죄를 사회시스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동학대 범죄자의 변호를 맡았던 한 변호사는 "국민들이 아동학대 범죄자를 떠올리면 알코올중독자나 조현병 환자 같은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남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개인 일탈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분명히 맞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런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구조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적 접근을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10월 1일부터 민간기관이 담당하던 아동학대 실태조사를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 진행한다.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며 '국제적 표준'으로 자리잡은 방식이 국내에도 도입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지난 2000년 아동복지법이 생긴 이후 20년 만에 도입되는 시스템인데 아직 (해당 시스템에 대해)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입법 통한 해결 노력 이어지지만…

명확한 사법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기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처벌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위험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구하자는 취지에서다.

조경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아동학대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 아동학대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토록 하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세 미만인 아동과 장애아동을 상대로 아동학대 치사 범죄를 저지를 경우 사형과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토록 하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모두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입법기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법조계 일각에선 불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회 출범 초기 아동학대 관련 법안들이 쏟아지듯 발의되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며 "결국은 제도가 다듬어지고 입법절차가 마무리돼야 법정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행정수도 이전이나 부동산 정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법률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사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