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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을 주목하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9 17:22

수정 2020.07.29 17:49

[fn논단]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을 주목하라
2019년 7월 22일 정식 출범한 중국판 나스닥을 표방한 커촹반(科創板)은 이미 개설 만 1년이 경과했고 상장사 수는 140여개사에 달하고, 시가총액은 470조원을 넘어섰다. 커촹50지수도 만들어졌다. 중국 반도체 대표주인 SMIC의 커촹반 상장 첫날 주가는 511.85%나 폭등했고, 현재 커촹반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커촹반 상장기업들의 상장 당일 주가 상승률은 평균 144.1%에 달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최근엔 세계 최대 핀테크 그룹사인 앤트파이낸셜이 커촹반과 홍콩거래소에 동시 상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시가총액 200조원이 단숨에 추가될 커다란 사건이다.


기존 상하이거래소(A주)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불투명한 상장심사, 너무 긴 상장 대기, 자유롭지 않은 공모가 산정방식 등 기업들에 불합리한 규정이 가득했다. 반면 커촹반은 상장심사제가 아니라 등록제다. 따라서 긴 상장심사 대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요건만 되면 상장이 가능하다. 시장 자율에 최대한 맡기는 매우 혁신적인 제도다. 동시에 자율을 부여하는 만큼 책임도 지운다. 상장 주관을 맡는 증권사가 의무적으로 공모물량의 2~5%를 반드시 떠안아야 하고, 보호예수기간이 2년에 달한다. 증권사가 자신 있는 좋은 기업만 거래소에 올리라는 부담을 증권사에 부담시킨 것이다. 자유를 주는 대신 책임도 지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커촹반의 등장으로 이제 중국 거래소에도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이 가능해졌다. 기존 상하이거래소는 순이익이 반드시 있어야 상장 가능했다. 따라서 데이터혁신 중국의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수많은 우량 유니콘 기업이 미국과 홍콩 상장을 선택했다. 커촹반은 손실은 나지만 미래적 가치를 품고 있고, 매년 외형이 빠르게 성장하는 유니콘 기업들을 위해 제도를 정조준한 것이다.

커촹반 개설은 중국 자본시장의 다층적 발전, 글로벌화를 위해 필수적 변화로 큰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미국에도 커촹반의 의미는 남다르다. 미국에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가장 큰 부담은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 1위 국가라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데, 미국도 중국의 무언가를 붙잡고 싶지만 딱히 좋은 자산이 없어서 못 잡고 안 잡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커촹반에 상장될 기업들은 월가 자금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췄다. 4차 산업혁명, 바이오, 반도체, 데이터플랫폼 등 글로벌 투자자금에 매력적인 우량 민영기업들이 상장된다.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은 누가 뭐라 해도 월가 자금이고, 월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다면 커촹반의 유동성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커촹반은 미국, 중국 모두에 필요한 공통의 이익이라는 것이다.

오묘하게 커촹반 개시 발표와 비슷한 시점인 2019년 3월에 중국의 외상투자법이 개정됐다. 자본투자를 위한 외화 유출입에 절대적 자유를 보장해주는 내용의 개정안이 공표된 것이다.
자본투자를 위한 외화 유출입 자유화는 커촹반의 사이즈를 키우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고, 이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 외상투자법 개정이었다.

우리는 미국 자본과 같은 방향으로 중국을 향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을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한 아주 좋은 장터가 열리는 것이고, 기회의 창이 열릴 때 과감하게 베팅하면서 자본이득을 누려야 한다.

정주용 비전크리에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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