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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받는 은행·카드사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참여 원해"[디지털금융 빅뱅]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9 17:47

수정 2020.07.29 17:47

빅테크-금융사, 디지털금융 생존경쟁 <상>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논란
빅테크, 계좌발급·후불결제 허용
한은 금융결제망 참여 가능성도
은행, 오픈뱅킹 역차별 해소 필요
카드사, 결제시장 공정경쟁 해야
역차별 받는 은행·카드사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카드사들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선정에 문을 열어줘야 한다. 빅테크들이 정보기술(IT) 플랫폼을 앞세워 결제전용 은행의 역할을 하면 카드사들은 경쟁도 못해보고 시장을 뺏길 것이다."(카드사 관계자)

"네이버통장이 하나의 계좌 기능이 아닌 상품으로 존재하고 인식되는 한 은행들도 같은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종합지급결제 사업자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은행 관계자)

디지털 금융혁신의 핵심 중 하나인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은행, 카드사 등이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 포함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을 통해 예금, 대출 업무를 제외한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밝힌 기준은 최소자본금 200억원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공개한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과 관련해 △은행, 카드사 참여 여부 △한국은행 결제망 접근 등이 주요한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가 밝힌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은행이 아니지만 고객의 계좌를 직접 보유해 급여이체, 카드대금·보험료 납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금과 대출 업무를 제외한 은행이 다루는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다. 금융위는 앞으로 기준을 세워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선정키로 했다.

■"은행·카드사도 포함돼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라는 새로운 금융사업자가 등장하면서 당장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등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이들은 당연히 대상이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이나 카드사가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될 수 있는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 두 업권은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히 사업자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은행은 입출금 계좌가 있고 카드사는 후불결제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금융안정, 이해충돌 측면에서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행은 일단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갖게 되는 계좌는 단순한 계좌로서 자금이 머물렀다 나가는 통로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종합지급결제사업은 은행들의 여수신 기반 계좌보다는 강한 규제를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데 은행들은 은행법의 규제를 받고 빅테크 등은 전자금융거래법 적용을 받게 되면 시장에서 경쟁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오픈뱅킹 안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종합지급결제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픈뱅킹은 은행 등 금융사가 공통적으로 표준화된 결제·송금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A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도 B은행 계좌를 조회할 수 있고, 핀테크 회사 앱으로도 C은행 계좌에 든 돈을 이체할 수 있다. 현재 은행들이 오픈뱅킹을 사용할 때 타행 계좌에서 출금해 타행으로 이체할 때는 출금이체서비스와 입금이체서비스 모두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반면 핀테크는 출금이체는 오픈뱅킹을 사용하고, 입금이체는 수수료가 낮은 펌뱅킹을 사용한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되면 이런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 입장은 더욱 절박하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생기면 결제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전, 유통, 자동차라는 플랫폼으로 대기업들이 카드사 시장에 뛰어든 것처럼 IT금융 플랫폼을 무기로 빅테크들이 결제시장에 진출하면 카드사들은 경쟁도 못해보고 뒤처질 것"이라며 "카드사들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빅테크도 한은 차입결제망 참여?

빅테크가 한국은행 결제망을 이용토록 허용될지도 이슈로 떠오른다. 현재 금융결제망은 금융결제원의 고객과 금융사 중심 결제망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간 결제망(차입결제망)으로 구분된다.

오픈뱅킹을 통해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결제원 망을 함께 이용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 망은 현재 이용이 불가능하다.

금융위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오픈뱅킹 단계를 넘어 한국은행 금융결제망 참여를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한국은행 망을 이용하면 망 수수료가 들지 않는 대신 차입결제담보금 등 여러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실장은 "한국은행은 결제 규모가 작고 결제 리스크가 존재하면 차입결제망에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한은 결제망에 들어가지 않으면 수수료를 내고 오픈뱅킹을 사용하면 된다.
다만 한은 결제망에 들어가면 금융사로서 신뢰성을 인정받는 셈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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