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효소 닮은 신개념 산업용 촉매 만들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30 13:42

수정 2020.07.30 13:42

KAIST, 에틸렌 생산에 치명적인 아세틸렌만 제거하는데 성공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물질을 이용해서 고분자 막이 금속촉매 활성점을 감싼 형태의 신개념 촉매를 개발했다.(왼쪽 뒤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민기 교수, 김형준 교수, 신승재 박사과정, 이송현 박사과정) KAIST 제공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물질을 이용해서 고분자 막이 금속촉매 활성점을 감싼 형태의 신개념 촉매를 개발했다.(왼쪽 뒤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민기 교수, 김형준 교수, 신승재 박사과정, 이송현 박사과정)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생체의 효소를 모방해 원하는 화학반응만 선택적으로 유도하고 안정성까지 갖춘 신개념 산업용 촉매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화학과 김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이 석유화학 원료를 만들때 원하는 성분에만 반응하는 고성능 산업용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진은 단백질처럼 부드럽고 유동성이 있으면서도 매우 높은 열화학적 안정성을 지닌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라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물질을 이용해서 고분자 막이 금속촉매 활성점을 감싼 형태의 신개념 촉매를 개발했다. PPS는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매우 뛰어나 자동차나 항공우주 산업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상용 고분자다.


연구진은 이 새로운 촉매를 이용해 석유화학의 에틸렌 생산 공정 중 매우 중요한 아세틸렌 수소화 반응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새 촉매를 이 공정에 적용한 결과 1% 미만의 아세틸렌은 금속 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고분자막을 투과해 쉽게 제거됐다. 대신 99% 이상의 에틸렌은 고분자막에 가로막혀 촉매 반응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는 기존 팔라듐(Pd) 촉매와 비교할 때 선택도는 2배 이상, 안정성은 10배 이상 증진된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일반 촉매는 활성점인 금속 표면이 노출돼 있어 반응물 A, B, C가 모두 그 위에서 반응해 다양한 생성물(A-B, A-C, B-C)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금속이 유기고분자로 둘러 쌓여 있는 촉매에서는 고분자막이 A, B만 선택적으로 접근을 허락해 특정 생성물 (A-B)만 만들 수 있다. KAIST 제공
일반 촉매는 활성점인 금속 표면이 노출돼 있어 반응물 A, B, C가 모두 그 위에서 반응해 다양한 생성물(A-B, A-C, B-C)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금속이 유기고분자로 둘러 쌓여 있는 촉매에서는 고분자막이 A, B만 선택적으로 접근을 허락해 특정 생성물 (A-B)만 만들 수 있다. KAIST 제공
한편,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는 90% 이상이 나프타다. 나프타분해시설(NCC)에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및 기타 기초유분들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에틸렌은 주변에 흔한 플라스틱, 비닐, 접착제, 페인트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기본 핵심 화학 원료다.

나프타를 분해할 때 생산되는 에틸렌에는 미량의 아세틸렌이 불순물로 함께 포함돼 있다. 아세틸렌은 추후 에틸렌을 이용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매우 치명적이므로 수소화 반응으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공정은 99% 이상 에틸렌은 건들지 않으면서도, 1% 미만의 아세틸렌만 선택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난제가 존재해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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