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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에 허물어진 금산분리 벽… 한국판 구글벤처스 나온다 [대기업에 CVC 출자 허용]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30 17:26

수정 2020.07.30 17:26

정부,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외부자금조달 최대 40%로 제한
차입규모도 자기자본 200%로 사익편취 등 방지 '칸막이' 남겨
재계 "투자제한 많아 아쉬움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소비·지역경제 활성화 대책과 벤처·혁신 활성화를 위한 생산적 투자 촉진책 등을 내놨다. 사진=서동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소비·지역경제 활성화 대책과 벤처·혁신 활성화를 위한 생산적 투자 촉진책 등을 내놨다. 사진=서동일 기자

정부가 '금산분리' 벽을 허물고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소유의 물꼬를 텄다. 다만 전격적인 CVC 보유를 허용하면서도 사익편취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분과 외부자금 조달, 투자처 관련 제한을 둬 실효성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과도한 안전장치 탓에 일부 차입 비율이 제한되면서 아쉽다는 반응이 재계 내에서 나왔다.

■25조 유보금, 벤처투자로 흐르나

정부가 30일 발표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의 주요 골자는 일반지주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형태로 CV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CVC는 기존 벤처캐피털 형태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나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로 설립할 수 있다. CVC란 대기업 등이 유망 벤처 투자를 위해 설립하는 벤처캐피털(VC)을 말한다. VC는 금융회사로 분류된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는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현재 지주회사인 LG, SK 등은 CVC를 보유할 수 없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정기국회를 통해 연내 입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벤처투자촉진법에 대기업 지주회사 CVC 허용 방안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지만, 관계 부처 논의 끝에 공정거래법상 관련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CVC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는 우버 등 다수 투자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등 CVC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한국도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5조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의 유보금 등 현금성 자산을 벤처투자로 이끌어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CVC는 펀드를 조성해 투자해 자금조달이 쉽고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차입, 외부자금 조달 규제

다만 정부는 CVC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를 조기에 막기 위해 '칸막이'를 쳤다. CVC는 '투자' 업무만 허용되며 총수일가, 기업집단 내 금융 계열사는 CVC가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다. 차입규모도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했다. 제한 없이 차입을 할 경우 지주회사의 경제력 집중 우려가 커서다. 다만 창투사(1000%), 신기사(900%)의 차입비율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외부자금조달도 일정 부분 제한한다. 외부자금조달 범위를 펀드 조성액의 최대 40%로 제한했다. 공정위는 시행령에서 40%로 규정한 다음 시장의 분위기를 보면서 세부비율을 조정할 계획이다. 한국 벤처 활성화란 취지를 고려해 해외투자는 CVC 총자산의 20%로 제한한다.

■"투자제한 조항이 많아"

재계는 환영하고 있다. 다만 투자를 제한하는 조항이 많다는 점은 아쉽다는 입장이다. 특히 차입한도 200%로는 800~1000%까지인 창투자와 신기사의 차입한도에 비해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시장과 기술을 잘 아는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길이 열린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도 "40% 펀드 외부편입비율 규제나 200% 차입 제한 등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벤처투자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도 지주회사가 아닌 경우 CVC를 설립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이나 카카오 등이 CVC를 운영하고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용훈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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