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G7 확대? 韓, G20 활성화에 주력해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30 17:47

수정 2020.08.06 18:03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G7 확대? 韓, G20 활성화에 주력해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 제안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국민을 들뜨게 한 6월 1일 청와대발 'G11 초청'이라는 한·미 정상통화 내용이 발단이다. 백악관 홈페이지부터 주요 외신 기사까지 훑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11'이라고 직접 언급했는지도 불투명하다.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직접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필자로서는 진실 여부를 가릴 수 없다. 그러나 이는 G7과 주요 20개국(G20)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특성, 여전한 양 체제 간 경쟁·긴장 관계 그리고 G20 체제 설립과 공고화에 기여한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외교 실책임엔 틀림없다.

'글로벌 운영위원회'를 자처한 G7이 대표성·효율성·정당성이 부족하고, 시대에 뒤처졌다(outdated)는 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다만 G7 확대 논의의 계기가 없었다. 2008년 9월 15일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자 '우리끼리 오붓하게'라는 정서가 매우 강한 G7은 즉각 책임론에 직면했고 확대 논의가 시작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9월 23일)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면담(10월 17일)에서 G7을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G13 혹은 G14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경제위기 앞에서 각국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른 G7 확대 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던 세계는 당장은 주요 신흥국이 포함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틀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G20 정상회의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격상된 것이라는 주장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국제정치 및 대륙별 균형을 고려할 때 확대될 G 모임에 참여 가능성이 희박함을 인식했던 우리는 G20 체제로 확대와 공고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동시에 조용히 미, 중, 영, 프, 독, 일 등 주요국에 대통령특사를 파견해 견고한 논리로 설득해 나갔다. 우리의 1차 목표는 일회성 G20 정상회의 유치보다는 G20 체제로의 확대 및 공고화였다(2010 서울 G20정상회의 백서 참조). 필자는 한국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위장된 축복'이라고 본다. 위기가 없었다면 G20으로 확대는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9년 피츠버그에서 'G20을 세계경제 협력의 최상위 포럼'으로 어렵게 합의한 후에도 G20과 G8(러시아 축출 이전이라 G8)의 체제경쟁과 긴장관계는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G8과 G20은 보완관계'(2009)와 'G20은 시의적절한 포럼'(2010)이라는 정상 기고를 통해 '경제는 G20의 영역'임을 분명히 하고 G20과 G8의 역할 분장과 협력을 강조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이 지적한 'G7과 G20은 잘 정비된 체제'라는 발언은 바로 이런 노력과 과정을 통해 형성, 각인된 것이다.

2009년 대한민국은 G20 최대 업적의 하나인 보호무역주의 동결(standstill) 제안·합의를 도출했다.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국제통화기금의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제안, G7의 시혜적 개념에서 벗어나 개도국의 성장을 강조한 '서울개발컨센서스'를 일부 G7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G20의 의제로 채택하게 하는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주도했다.
G20의 유용성과 체제를 강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입증해냈던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장된 국내용 'G7 선진국' 미사여구보다는 설립과 체제 공고화에 크게 기여해 오너십을 가진 G20 활성화에 주력하는 것이 맞다.
국제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제시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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