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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수결과 약속대련

[기자수첩] 다수결과 약속대련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전체회의가 열리던 지난 13일 오후. 회의가 정회되자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들은 최저임금위원들에게 붙어 내부 분위기를 물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 특성상 노사정을 대표하는 27명 위원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한 기자가 노동계 위원에게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고 묻자 그 위원은 '약속대련'이라는 말을 했다. 미리 정해놓은 시나리오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사측에 반발해 노동계에 투표거부를 선언한 양대 노총의 모습이 어쩌면 노동자의 처우개선이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읽혔다.

수백만명의 처우에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은 사실상 다수결로 결정된다. 노동계, 경영계, 정부를 대표하는 위원 각 9명, 27명이 정한다. 유사근로자 임금, 생계비 등 여러 참고지표들이 있지만 결국은 밀실회의 끝에 투표로 결정된다. 노사는 언제나 대립하고 사실상 정부 측 공익위원 9명이 정하는 구조다. 내년 최저임금은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역대 최저 인상률(1.50%)이 적용된 87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을 결정한 33년 동안 표결 없이 노사정이 합의한 경우는 7차례에 불과했다.

다수결은 효율적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보장한다. 하지만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배제되는 소수에게 최소한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다수결은 때로 악용된다. 특히 다수결이 구성원 전체의 투표가 아닌 일부를 대상으로 할 경우 '최대다수의 최대행복'도 보장하지 못한다. 얼마 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퇴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에 찬성했지만 대의원대회 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많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100만명 넘는 민주노총 조합원 전체가 투표에 참여하는 직선제로 선출됐다. 대의원대회 투표는 1479명이 참여해 805명이 반대했다.


민주노총 출신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9일 "민주노총이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밥상을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알맹이 없는 구호뿐일지라도 22년 만의 노사정 대화가 반쪽이 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반대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었길 진심으로 바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경제부